벤치에서는 그 누구도 도울 수 없는 ‘본능 야구’···한화 장진혁이 해냈다
개막 이전뿐 아니라 이후에도 프로야구 한화의 순위싸움을 전망하는 전문가들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늘 있었다. 투타 전력만 놓고 보면 5강 싸움이 충분하다는 시각으로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보이는 경기력과 타자들의 타력만을 보자면 리그 평균치에서 모자람이 없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승부처마다 선수 개개인이 풀어가는 역량을 두고는 여전히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결국 박빙 경기를 얼마나 더 잡느냐의 싸움인데 사실 승부처에서는 벤치에서 개입할 수 없는 장면이 더 많다”며 “선수 스스로 흐름을 읽고 판단해야 하는데 한화 선수들은 아직 그런 요소가 부족하다. 단시간에 풀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에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지난 6월 이글스 지휘봉을 잡으면서 내세웠던 방향점도 다르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다른 팀이 한화를 만나면 ‘까다롭다’는 인상을 줘야 하는데 그동안은 그렇지 못했다”며 ‘뛰는 야구’로 시동을 걸기도 했다. 예컨대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아 뛸 수 있다는 인상을 상대 배터리에 주게 되면 볼배합 자체가 달라진다. 타석의 타자가 수 싸움에서부터 경우의 수를 좁혀놓고 자기 타이밍에서 타격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팀이 빌딩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 부임 이후인 지난 6월4일 이후 지난 4일까지 한화는 팀도루 34개로 전체 9위에 머물렀다. 성공률도 61.8%로 9위였다. 발 빠른 선수는 몇 있지만 뛰는 야구가 속도로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인 센스와 상황 판단력을 키우는데 시간이라는 약이 더 필요해 보였다.
지난 4일 광주 KIA전 승리는 그래서 한화 선수단에는 1승 이상의 가치 있는 선물이 됐다.
4-1로 리드하던 9회초 2사후 KIA 김선빈에게 투런홈런을 내주는 등 3점을 허용해 4-4에서 연장으로 접어든 경기. 한화는 벤치에서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에 나온 선수의 센스와 결단의 힘으로 1승을 거머쥐었다.
연장 10회초 1사후 우익선상 2루타로 출루한 한화 장진혁은 유로결 타석에서 폭투로 1사 3루까지 진루하며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짧은 내야땅볼에도 홈을 파고들려는 듯 준비하던 장진혁이 유로결이 볼카운트 1-2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리드폭이 너무 커 중간에서 걸렸다. 그런데 KIA 포수 한승택이 3루로 송구하는 순간, 장진혁은 망설이지 않았다. 귀루하면 100%이라는 아웃이라는 판단에 송구 방향과는 엇갈리며 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나온 주심의 시그널은 세이프. 비디오판독 결과도 같았다.
한화로서는 한승택의 3루 송구가 원바운드가 돼 KIA 3루수 김도영이 공을 잡아 홈송구로 연결하는데 시간이 더 지체되는 행운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그 순간, 주저 없이 홈을 선택한 장진혁의 움직임은 한화 야구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은 아니었다. 자신이 없었다면 3루로 돌아가며 태그아웃되거나 런다운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장면이었다.
한화는 8월 이후 16승10패(0.615)를 기록하며 앞서 아득해 보이던 5강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하나 더 가져갈 수 있는 경기를 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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