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외면받는 배당성장 ETF…한국 개미만 쓸어담아
시장 수익률보다 성과 좋지 않고
커버드콜 ETF가 대안으로 부상
국내투자자는 꾸준히 사들여
한국인 비중 두자릿수 14% 달해
미국 배당성장형 상장지수펀드(ETF)의 글로벌 자금 순유입액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슈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지 시장에서는 외면받는 추세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였음에도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데다 커버드콜 ETF 등 다른 고배당 상품이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학개미 필수템이 어쩌다가
5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대표 배당성장 ETF인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에 올 들어 지난달까지 약 27억555만달러(약 3조6265억원)가 순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5억3908만달러가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자금 유입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SCHD의 자금 순유입액은 2021년 98억6662만달러에서 2022년 154억79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인 2023년 68억6819만달러로 반토막 나며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국내투자자들은 꾸준히 SCHD를 사들이면서 전체 순매수에서 국내 투자자 비중이 두 자릿수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는 SCHD를 3억7524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순유입 금액 중 14%에 달하는 규모다.
SCHD의 글로벌 자금 순유입액이 감소하는 것은 그간 미국 증시가 반등하는 가운데에서도 수익률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SCHD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2%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S&P500지수(19%), 나스닥지수(20%)와 비교했을 때 성과가 좋지 않았다.
기간을 최근 5년으로 늘려봐도 S&P500지수가 93%, 나스닥지수가 122.4% 상승하는 동안 SCHD 수익률은 58.7%에 머물렀다. 배당성장률이 높다는 게 장점이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배당수익률도 3.3%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커버드콜 ETF가 SCHD의 자리를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상품이 ‘JP모간 에퀴티 프리미엄 인컴’(JEPI)과 ‘JP모간 나스닥 주식 프리미엄 인컴’(JEPQ)이다. 각각 S&P500과 나스닥1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상품으로, 배당수익률이 연 10%에 달한다. 특히 JEPQ에는 올 들어 60억677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체 주식형 ETF 중 순유입액 13위에 올랐다. 고배당을 받으면서 나스닥지수 상승분도 일부 취할 수 있다는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배당성장형 ETF 외면
국내에서도 고배당 커버드콜 ETF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배당성장형 ETF가 점점 밀려나고 있다. 연 15% 배당을 목표로 하는 커버드콜 상품인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는 최근 3개월간 3434억원이 순유입되면서 배당 ETF 가운데 순유입 1위에 올랐다. 2위는 ‘KODEX 미국AI테크TOP10+15%프리미엄’(2622억원)이다. 한국판 SCHD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는 같은 기간 순유입 2532억원으로 3위로 밀려났다.
증권가에서는 SCHD의 장기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은퇴자가 아니라 먼 미래에 배당소득을 기대하고 SCHD를 모으고 있는 투자자라면 SCHD 비중을 줄이고 미국 대표지수형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SCHD의 장기 주가 상승률이 낮은 만큼 ‘복리의 마법’을 이용해 대표지수형에 투자해 원금을 더 불리고, 이후 원금을 배당금처럼 빼서 쓰거나 고배당 ETF에 투자하는 게 더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SCHD의 장점은 하락장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배당성장률이 높다는 점”이라며 “결국 장기간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대표지수형도 하락장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어 젊은 투자자라면 SCHD 비중을 줄이고 대표지수형에 장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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