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자랐어도 사랑스러울 수 있죠”

신현빈, 쿠팡플레이 ‘새벽2시...’
‘현실주의 능력녀’ 여주인공 역할
“좋아서 일하면 까칠해지지 않아”

이달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쿠팡플레이 드라마 ‘새벽2시의 신데렐라’의 주인공 하윤서 역을 맡은 배우 신현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본컴퍼니 제공]

“열심히 일하고 성취를 해낸 사람이 꼭 독하고 ‘센캐(센 캐릭터)’로만 비춰져야만 할까 의문이에요. 일이 재밌어서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가정사가 순탄치 않았어도, 독하게 일에 매진해 고속 승진을 한 여자여도 여전히 밝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쿠팡플레이·채널A 드라마 ‘새벽 2시의 신데렐라’가 4회까지 공개된 이달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현빈은 “하윤서를 연기하면서 로맨스에도 어울리는 사람과 일적으로 프로페셔널한 사람 중 한쪽에 치중하지 않고 둘 다 잘 하는 사람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 친한 친구 중에 극 중 윤서처럼 마케팅 직무에서 팀장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하는 게 너무 좋대요. 하루는 야근하면서 팀 회의를 주재하는데 별안간 울음이 났대요. 팀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성과를 내려고 집중하는 모습이 감격스러웠다네요. 윤서도 정말 일을 좋아하는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심각한 모습보다는 순하고 귀여운 표정으로 연기했어요.”

신현빈은 자칭 타칭 ‘사연있는 여자’전문 배우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양친이 없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주인공을 연기한다. 신데렐라 같은 ‘재투성이 아가씨’그 자체로, 음주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어린 남동생을 건사하는 소녀 가장으로 살아왔다.

신현빈은 “대학생 윤서가 시험 기간에도 김밥집에서 김밥 싸는 알바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알바를 택한 이유가 ‘일하면서 전공책을 볼 수 있어서’였다”며 “그 정도로 정말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이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이미 윤서에 대한 충분한 서사가 극중에 나온 관계로 아쉽게도 편집됐다.

그의 설명처럼 공부와 일을 정말 즐기는 인물이라면 인생 난이도가 아무리 높다 해도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서주원(문상민 분)과 재벌 3세로 밝혀지기 전까지 알콩달콩 연애하는, 구김살 없는 맑은 하윤서가 탄생했다.

신현빈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최고의 낙이라 밥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좋았다고 했다. 그는 “2회에서 주원이랑 ‘밥 데이트’를 연속으로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 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즐겁게 촬영했다”며 웃었다.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판타지 요소가 없는 지극히 현실 세계에 입각한 드라마다. 주인공 윤서의 인물 소개부터 ‘현실주의 능력녀’다.

하지만 일부 설정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남자 주인공 서주원이 하필 하윤서가 일하는 회사인 AL카드를 물려받을 상속자로 나오는 것, 그런 주원의 윤서를 향한 순애보, ‘재벌 3세란 자기 능력으로 얻은 것이 아닌 태어나면서 얻은 행운’이라는 주원의 뛰어난 자기객관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신현빈은 “저도 주원의 캐릭터는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은, 동화 속 왕자님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생 노력과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온 윤서에게 제일 큰 행운으로 주어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서가 주원이의 ‘정체’가 밝혀지고 난 후 그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아마 자신이 이런 행운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과소평가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덧붙였다.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재벌이라고 해서 위축되는 캐릭터를 보는 건 괴로운 일”이라며 “저는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수동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신현빈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그간 사랑보다는 일을 우선시했던 과거에서 탈피해야겠다는 성찰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자각이 들었다”면서 “추석 연휴 이후 가족들과 여행을 계획한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기억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