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권역응급센터까지 위기…'나홀로 당직' 응급실 중 60%
"안 도와주는 게 최선" "유연한 정책으로 현장 살려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 등 이탈로 당직 의사가 혼자 일하게 된 병원 응급실 25개 중 18개는 중증 응급환자에게 최후의 보루라고 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집계됐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응급실 현장 방문을 두고 의료계는 크게 격앙된 분위기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수도권 8개, 영남권 6개, 충청권 6개, 호남권 3개, 강원권 2개가 '집중 모니터링 대상 응급의료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이 있어야 당직 근무(듀티) 때 2명씩 근무 가능한데 이마저 안 되는 병원들의 현장 상황을 복지부가 매일 살펴보는 방식이다. 현장은 대형병원 응급실에 최소 전문의 12명이 배치돼야 2인 1조 12시간씩 돌아가며 주 3~4회 근무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 내 대형병원 7개(강동경희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 포함됐고 경기권에 아주대병원이 포함됐다.
영남권의 경우 경북대병원, 구미차병원, 동아대병원, 영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충청권은 건양대병원, 단국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충북대병원이다.
호남권은 조선대병원,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이 강원권은 강릉아산병원, 강원대병원이다. 복지부 모니터링 대상은 지난 3일 23개에서 전날 25개로 늘어났다. 인력 가동에 차질이 빚는 응급실은 앞으로 추가될 수 있다.
응급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에 따라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구분된다. 지역기관·센터가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 진료를 권역센터가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집중 관리 대상 25개 중 60%인 18개가 권역센터로, 전체 44개 권역센터 중 40.9% 비중이다. 전날(4일)부터 서울 서남부 권역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이 앞으로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목요일 오전 8시 30분까지 성인 진료를 중단한다는 등의 운영난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해 "현장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지자체·의료기관이 힘을 합해 노력하고 있어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2주를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했던 정부는 지자체장을 반장으로 한 '비상의료 관리상황반'을 설치·운영하고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별 일대일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특이 사항에 즉각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응급의료 현장은 "문만 열어두면 더 위험하다. 복지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환자에게 최종 진료까지 이뤄져야 할 필수의료 분야의 '배후 진료'가 원활하지 않고서 응급실 운영만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필요할 경우 예비비를 편성해서라도 지원하겠다. 필수의료에 적절한 보상 체계가 마련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서도 의료계는 반발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외과 전문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심 끊고 안 도와주는 게 가장 많이 도와주는 거니, 아무것도 안 한 처음으로 돌아가 의대증원 백지화하라"며 "맬펑션이 넌평선보다 2000배는 나쁘다"고 적었다.
최용수 성균관의대-삼성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뉴스1에 "응급실을 방문해 격려한다고, 현장의 아우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부디 유연한 정책 집행으로 의료 현장을 살리기 바란다"고 토로했다.
최용수 교수는 "응급의학과 의사 감소, 배후 진료 담당 의사 감소로 과부하는 점차 심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을 철회하고 현장에 의사가 돌아오도록 현명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필수 지역의료를 이렇게 무너뜨리는 정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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