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후 최고 승률이라니···지지리도 복 없던 대투수의 행복한 도전, KIA가 우승으로 가는 길
양현종(36·KIA)은 2014년부터 완전한 에이스의 길을 걸어왔다. 2022년까지 8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고, 2023년까지는 리그 최초로 9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뛰어오면서 운이 좋다, 복이 많다고 불리는 투수는 아니었다. 우승을 하고도 또 몇 년 간 하위권에 머무는 등 팀 성적에 기복이 있다보니 투수 혼자 제어할 수 없는 승패의 영역에서는 양현종도 많이 고전했다. 그 와중에 꾸준히 두자릿승수를 거둔 터라 양현종의 8년 연속 10승 기록은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2024년, 양현종은 스스로를 “운이 엄청 좋다”고 말하고 있다. 승패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양현종은 5일 현재 11승3패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은 3.89로 지난 2년과 비슷한데 시즌이 끝나기 전 이미 10승을 넘겼다.
양현종은 2019년 16승을 거둔 뒤로는 해마다 후반기 승수 쌓기가 꽤 힘들었다. 가장 많이 승리한 것은 12승을 거둔 2022년. 당시 7월에 일찍이 10승 고지를 밟았으나 이후 2승(3패)밖에 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잘 던지고도 패전만 쌓는 이상한 시즌이었다. 8월을 6승에서 마친 양현종은 9월 이후 등판한 9경기에서 7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했지만 3승(4패)을 추가하는데 그치면서 시즌 9승, 두자릿승수 대기록을 ‘8년 연속’에서 마감해야 했다. 지난해 양현종의 평균자책은 3.58로 올해보다 좋았으나 무려 11패를 했다.
올시즌, 양현종의 패전은 5월31일 KT전이 마지막이다. 6월 이후로는 패전 없이 승리만 추가했다. 양현종이 한 시즌을 5패 미만에서 끝낸 것은 2013년(9승3패)이 마지막이다. 10년이 넘었다.
양현종은 올해 26차례 선발 등판해 155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6이닝씩 소화했다. 퀄리티스타트는 14차례로 국내 투수 중에서는 곽빈(두산·15회)에 이어 가장 많다. 2차례나 9이닝 완투를 했고 5회 강우콜드 경기까지 포함해 3차례 완투를 했다. 타고투저 속 외국인 투수들이 장악한 올해 KBO리그에서 양현종은 베테랑임에도 국내 투수 중 가장 빛나는 투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 KIA의 폭발적인 타격과 전에 비해 훨씬 안정된 불펜의 힘이 양현종에게 그간 보기 드물었던 ‘운’을 더해준다. 양현종은 “내 승수를 떠나서 내가 던진 날에는 팀이 다 이기고 있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양현종이 던진 날 KIA가 진 것은 양현종의 시즌 3패째였던 5월31일 KT전이 마지막이다.
실로 오랜만에 패전 수가 확 떨어진 양현종은 현재 승률 3위다. 10승 이상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승률 경쟁 티켓을 따내면서 상위권에 들었다. 리그 에이스로 살아온 양현종이 승률 5위권 안에 든 것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2017년에는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나란히 20승을 거뒀지만 6패로 1패가 많아 승률 2위에 머물렀다. 현재의 승률 0.786은 양현종의 데뷔 이후 최고 승률이다. 양현종의 승률이 7할을 넘은 시즌도 2009년(0.706), 2013년(0.750), 2015년(0.714), 2017년(0.769)밖에 없었다.
KIA는 5일 한화전을 치르고나면 15경기를 남겨둔다. 그 중 양현종은 많으면 4차례 선발 등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의 남은 등판은 우선 KIA가 정규시즌 1위 확정을 위해 쐐기를 박아야 할 경기들이다. 남은 경기에서 양현종이 승률을 더 높이거나 적어도 유지하는 것이 KIA가 우승으로 가는 길이다. 양현종이 현재 거의 유일하게 욕심내고 있는 개인의 기록, 10년 연속 170이닝 대기록의 완성은 필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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