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유작 ... 영화 '희생' 4K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
2024. 9. 5. 09:55
아들아! 네 온 마음을 담는다면, 죽은 나무도 꽃을 피운단다
아주 먼 옛날, 한 수도원에 늙은 수도승이 살고 있었단다.
그의 이름은 ‘팜베’였지.
그는 죽은 나무 한 그루를 산에 심었단다. 이렇게 말야.
그리곤 제자 요안 콜로프에게 말했지.
'나무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매일같이 물을 주도록 해라.'
요안은 매일 이른 아침 물통에 물을 담아 산에 올라가서
그 죽은 나무에 물을 주고는 저녁이 되어서야 수도원으로 돌아오곤 했지.
그렇게 3년 동안 물을 주던 어느 날, 나무에 온통 꽃이 만발한 것을 발견했단다.
끝없이 노력하면 결실을 얻는 법이지.
만약 매일같이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늘 꾸준하게 의식과도 같이 말이다.
그러면 세상은 변하게 될 거다. 변할 수밖에 없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 '희생'이 8월21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했다.
영화 '희생'은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상 시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 시대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현대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세계 영화사에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깊이 있는 철학적 사색을 담아내며 수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데뷔작 '이반의 어린 시절(1962)'은 제2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 등장. 이후 러시아 역사 속 한 화가의 인생을 통해 삶과 현실과 예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로 제22회 칸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또한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의 존재와 고독을 탐구하며 SF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솔라리스(1972)'로 제2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독창적인 미학으로 집약시키면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롱테이크 장면을 탄생시킨 '노스탤지아'로 제36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중 영화 '희생'은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유작이자 그의 작품 세계가 최고로 응축된 정수로 손꼽힌다. 실제로 이 작품은 제39회 칸영화제에서 사상 유례없이 심사위원대상, 예술공로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에큐메니컬상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았다.
1995년 국내 개봉 당시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예술영화 흥행 신드롬을 이끌었고, 시네마테크와 씨네필 세대의 탄생을 알리며 '전설 중의 전설'로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4K 리마스터링 버전을 공개하며, 보다 선명해진 화질과 음향으로 당시의 경이와 감동을 다시 재현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6년 최초 공개되었던 영화 '희생'이 1995년에야 정식으로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경제가 성장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기 시작하며 관객이 능동적으로 문화적 소비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오랫동안 음지에서 예술영화를 접하고 공부해야 했던 씨네필들은 스크린에서 전설적인 감독의 유작을 만날 수 있다는 일념하에 예술영화관으로 몰려들었고, 그것이 10년 만에 개봉한 영화의 대대적인 흥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1995년 당시 영화 '희생'의 성공은 예술영화를 수입·배급하는 영화사뿐 아니라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들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1995년에는 영화 잡지 '키노(KINO'와 '씨네21'이 창간되었고, 1996년과 1997년에는 각각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처음 개최되었다. 짐 자무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잉마르 베리만, 테오 앙겔로풀로스 등 주요한 감독들의 작품이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등 1990년대 예술영화 전성기를 이끈 작품이 바로 '희생'이다.
최근 한국 극장가에서는 조용하게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롱테이크와 장중한 영상미로 관객을 압도하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주는 '느림의 미학'이 어떤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사회의 흐름은 영화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이런 가운데 3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149분의 경이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영화 '희생' 4K 리마스터링은 새로운 감동과 전율로 기억될 것이다.
김도윤 기자 yoon12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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