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부터 ‘오드스포노’까지 이중항체 림프종 신약 사총사...CAR-T 시장 뒤흔드나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리제네론)의 이중항체 기반 림프종 치료제 ‘오드스포노’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시판 허가됐다. 스위스 로슈의 ‘컬럼비’ 및 ‘룬수미오’, 미국 애브비의 ‘엡킨리’ 등에 이어 동종 기전을 가진 네 번째 신약으로 오드스포노까지 등장하면서 림프종 후기 치료 옵션이 크게 증가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림프종 분야 이중항체 신약의 세부 기전이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치료제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CAR-T 시장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중항체 신약의 완전관해율(완치율)이 일부 적응증에서 기존 CAR-T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국내 큐로셀(372320)과 앱클론(174900) 등도 진입하려는 림프종 후기 치료 시장에서 이중항체와 CAR-T 신약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리제네론은 자사의 오드스포노(성분명 오드로넥타맙)가 EMA로부터 재발성 및 불응성 소포림프종 및 거대 B세포 림프종 등의 성인 환자용 3차 치료제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해당 약물에 대해 EMA가 허가 권고 의견을 내놓은 지 2달 만에 허가 결정이 나온 것이다.
오드스포노는 B세포 표면에 발현된 CD20 수용체와 T세포 표면에 발현된 CD3 수용체 등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 특이 항체(이중항체)다. 이 물질의 한쪽 항체가 B세포를 공격하고 다른 항체가 B세포를 공격할 T세포를 추가적으로 데려오면서 암 퇴치 효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전을 가진 약물은 오드스포노가 처음이 아니다. 우선 지난 202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소포성 림프종 환자의 3차 치료제로 룬수미오(성분명 모수네투주맙)를 시판허가했다. 지난해 6월 FDA는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3차 치료 적응증으로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맙)와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 등을 승인했다. 이들 3종의 약물은 모두 오드스포노와 같은 기전을 가진 이중항체다.
특히 컬럼비는 같은해 7월 EU에서도 거대 B세포 림프종 대상 3차 치료 적응증으로 승인됐고, 엡킨리 역시 해당 지역에서 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컬럼비(2023년 12월)와 엡킨리(2024년 6월) 등을 같은 적응증으로 승인했다.
한편 이번에 EU서 승인된 오드스포노의 미국 진출은 현재 제동이 걸린 상태다. 지난 3월 FDA가 오드스포노의 평가법에 대한 보완 서류를 요구하면서 허가 신청 건을 보류한 것이다. 리제네론은 “효능이나 안전성, 제조소 등 중요한 문제에선 이슈가 거론되지 않았다며 재신청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리제네론은 오드스포노에 대해 동종 약물 이상의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일례로 애브비에 따르면 엡킨리의 지난해 하반기 동안 발생된 미국 내 첫 매출은 6500만 달러(한화 약 870억원)이며, 회사 측은 2029년경 해당 약물의 매출이 23억 달러(한화 약 3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오드스포노가 이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장세를 가져갈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항체 vs. CAR-T, 비용 효능 우위 갖춘 약물은?
혈액암 대상 이중항체 신약이 CAR-T 치료제와 세부 기전은 다르지만, 적응증을 공유하게 되면서 경쟁적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 공세를 펼쳐나갈 전망이다.
미국이나 EU 등 주요국에서 승인된 CAR-T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및 ‘테카투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브레얀지’ 총 4종으로 모두 CD19 수용체를 타깃하는 기전을 지녔다. 이들은 각국에서 소포림프종이나 거대 B세포 림프종,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맨틀세포림프종,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다양한 혈액암에 대해 2~3차 치료제로 승인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큐로셀이 자사의 CD19 타깃 CAR-T 후보물질 ‘안발셀’에 대해 거대 B세포 림프종 대상 3차 치료 적응증으로 임상 1/2상을 마치고 오는 10월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앱클론 역시 CD19 타깃 ‘AT101’에 대해 같은 적응증으로 임상 1상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을 일으키는 악성 B세포에는 CD19 수용체나 CD20 수용체 등이 다양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R-T는 전자를, 이중항체는 후자를 타깃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용 면에서 림프종 분야 이중항체 신약이 CAR-T 치료제 대비 비교우위를 가져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림프종 분야 이중항체 신약들은 약 9개월 동안 3~4주에 1회씩 투약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되며, 해당 기간 총 투약비용이 약 3만5000~4만 달러(한화 4500만~5000만원)로 알려졌다. 반면 단회 투약 방식의 CAR-T 치료제는 각국에서 그 비용이 3억~5억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핵심 적응증인 거대 B세포 림프종 시판된 4종의 CAR-T 치료제의 완치율은 50% 수준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안발셀이나 AT101의 해당 환자 대상 완치율은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에서 순서대로 약 67.1%(총 79명 중 55명) 와 66.7%(12명 중 9명)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면 최근 승인된 오드스포노와 엡킨리 등의 완치율은 같은 질환에서 30~40%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CAR-T 치료제가 거대 B세포 림프종 대상 효능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해외사의 예스카타 등이 획득한 소포림프종 적응증에서는 오드스포노와 엡킨리 등의 완치율이 70%대에 달한다. 이처럼 일부 림프종 적응증에서는 이중항체 신약들이 CAR-T 대비 효능 측면에서도 비교 우위를 점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중항체 개발 업계 관계자는 “환자 입장에서 항체 주사보다 세포 치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가격과 효능도 충분한 이중항체 신약이 희귀의약품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허가된 뒤 1년 안에 국내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이중항체가) 림프종 후기 치료를 위한 주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AR-T 치료 업계 관계자는 “CAR-T 약은 림프종 뿐만 아니라 백혈병 적응증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해 왔다. 병이 재발하는 상황이 다양해 앞단에서 이중항체 신약을 맞더라도 CAR-T가 필요한 환자군은 통계적으로 꾸준히 확보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짓누르기보다 다양한 옵션이 림프종 정복을 위해 활용되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 경쟁적으로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호 (two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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