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상품성 완벽 조화… 심오함 깃든 ‘청년 베토벤’의 걸작[이 남자의 클래식]
첫 작품번호 부여된 작품
난도 낮아 아마추어도 연주
상류층의 실내악으로 인기
장년기때 다시 편곡하기도
클래식 음악을 멀리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제목 때문일 것이다. 클래식 작품의 제목을 살펴보면 심포니(Symphony), 왈츠(Waltz), 발라드(Ballade)처럼 온갖 외국어와 심지어 숫자까지 섞여 있어 이제 막 입문한 초심자들에겐 마치 외계어나 암호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목을 읽는 간단한 공식만 숙지하고 나면 작품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가령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Op. 1(Beethoven, Piano Trios, Op.1)이라고 하면, 첫머리엔 작곡가의 이름(베토벤)이 붙고 뒤이어 악곡의 형태 (피아노 삼중주), 그리고 맨 마지막은 작품번호를 뜻하는 Opus Number(오푸스 넘버)의 약어인 Op 순으로 이뤄져 있다.
그럼 작품번호의 숫자는 어떻게 매겨질까? 흔히 작곡가가 작품을 작곡한 순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보통의 경우엔 작품을 출판할 때 작품번호가 부여돼 대개 출판 순서를 따른다. 그럼 베토벤의 첫 작품, Op. 1은 어떤 것일까? 베토벤의 첫 작품은 1782년 독일 본 시절, 12세의 나이에 작곡한 ‘드레슬러 행진곡 주제에 의한 9개의 피아노 변주곡, WoO 63’이다. 빈으로 이주하기 전에도 ‘황제 요제프 2세의 죽음에 관한 칸타타, WoO 87’ 등의 대규모 칸타타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작곡했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작품들의 끝머리에선 작품번호를 뜻하는 Op 대신 WoO란 표기가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WoO란 독일어로 Werke ohne Opuszahl(Works without Opus number)의 약어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들’의 작품 목록(베토벤에게만 있는 목록이다)을 의미한다. 목록엔 베토벤 생전에 출판됐던 작품들도 있고 미완성 작품, 스케치 등 다양한 작품이 포함돼 있다.
최초로 작품번호가 부여된 베토벤의 작품은 25세에 작곡한 ‘피아노 삼중주, Op. 1’이다. ‘피아노 삼중주, Op 1’은 세 개의 피아노 삼중주가 한데 묶여 빈의 아르타리아사를 통해 출판된 세트 작품으로 1793년부터 1795년에 걸쳐 완성됐다. 당시 베토벤이 자유예술가, 프리랜서로 첫걸음을 내딛던 시점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25세의 외국인 비정규직 음악가 베토벤은 신중하고 또 신중했을 것이다. 자신을 알리는 첫 작품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예술성과 가치를 증명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 시절 습작 시기의 작품들은 당연히 성에 차지 않았다. 작품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1795년 3월 29일 최초의 공공 연주에서 본인이 직접 연주했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피아노 협주곡의 악보가 출판된들 누가 사줄 것이란 말인가? 협주곡은 연주의 난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소수의 음악가나 구매할 만한 매니악한 악보가 될 것이 자명했다.
베토벤은 자신의 첫 번째 작품으론 예술적 수준을 갖추면서 또 한편으로 상품적 가치 또한 두루 갖춘 것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시 빈의 상류층 사이에선 피아노만큼이나 실내악의 인기도 높았기에 베토벤은 피아노 삼중주 작품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작품의 난도 또한 높지 않아 아마추어 음악가나 전문 음악가들이 부유한 집의 살롱이나 정원에서 연주하기에 적합했고 게다가 피아노 삼중주는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3명의 연주자를 필요로 하는 악곡 형식이니 독주곡 악보에 비해 그만큼 잠재적인 구매자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베토벤의 예상은 적중했다. ‘피아노 삼중주, Op. 1’의 출판으로 베토벤이 거둬들인 이익은 843플로린으로, 이는 본의 궁정으로부터 받던 연봉의 무려 두 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초판 출판 당시 악보가 출판되기도 전부터 몰려든 사전 예약자들이 249명에 달했고 악보는 꾸준한 흥행을 이어나가 3쇄까지 재판을 찍어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Op. 1’
전체 세 개의 피아노 삼중주 중 세 번째 작품인 피아노 트리오 작품 1-3(Op. 1 no. 3)이 가장 유명하며 또 널리 연주되고 있다. 베토벤 자신 역시 세 작품 중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으로 베토벤이 47세가 되던 해인 1817년 현악 오중주로 편곡해 1819년 출판하기도 했다. 전체 4악장으로 이뤄졌으며 당시 보통의 피아노 삼중주들이 밝고 가벼운 분위기 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베토벤 특유의 진지함과 심오함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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