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000m 재현하며 117개 ‘극한 실험’… 화웨이 생존전략은 R&D [Global Focus]

박세희 기자 2024. 9. 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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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광둥성 스포츠연구소·캠퍼스 가보니
생체정보 수집 ‘헬스랩’
7000개 센서 러닝머신
연 19만㎞ 데이터 확보
꿈의 직장 ‘둥관 캠퍼스’
유럽 도시 건축 양식 따와
3만명중 2.5만명이 R&D
중국 광둥성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스포츠 건강과학 연구소에서 피실험자들이 각각 암벽 등반과 수영, 달리기를 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 광둥성 둥관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중국의 대표기업인 화웨이(華爲)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175억 위안(약 78조5000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34.3% 늘었다. 순이익도 551억 위안으로 사상 처음 ‘500억 위안’ 선을 넘었다. 서방의 제재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화웨이가 선방하는 데는 중국 정부의 지원,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소비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인한 기술 혁신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화웨이 R&D의 중심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옥스혼(OX Horn) 캠퍼스, 그리고 최근 들어 화웨이가 집중 투자하고 있는 헬스케어 기술 혁신을 위한 스포츠 건강과학 연구소(헬스랩)를 지난달 28일 찾았다.

유럽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화웨이 둥관 옥스혼 캠퍼스 전경. 화웨이 제공

◇‘꿈의 직장’ 현실화한 둥관 캠퍼스…R&D 집중하며 기술혁신 박차 =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광둥성 선전에서 차로 1시간 떨어져 있는 둥관에는 마치 유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화려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 지역이 있다. 여의도 면적 절반에 가까운 1.8㎢ 규모로 지어진 화웨이의 R&D센터 둥관 옥스혼 캠퍼스다. 12개 타운, 108개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파리, 룩셈부르크, 볼로냐 등 유럽 유명 도시들의 건축 양식을 따와 만들었다. 화웨이 관계자는 “여러 국가의 건축 양식을 다양하게 반영하려 했다”면서 “화웨이가 국제적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둥관 옥스혼 캠퍼스는 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任正非)가 바랐던 직장의 모습을 현실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화웨이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우려 했던 그는 사옥 역시 다른 세계적 기업들에 버금가야 한다고 여겼고 넓은 녹지와 호수 등이 어우러진 캠퍼스를 기획했다. 공사에만 100억 위안 이상이 투입됐다.

둥관 옥스혼 캠퍼스에선 각종 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 작업이 이뤄진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약 3만 명 직원 중 2만5000명이 R&D 인력이다. 2019년 완공 이후 대부분의 R&D 인력이 선전 본사에서 옮겨왔다.

화웨이의 R&D에 대한 집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0년간 화웨이가 R&D에 쏟아부은 자금만 1조1100억 위안에 이른다. 런정페이가 창립 초기부터 회사 내규에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할 것’을 못 박았다고 한다. 지난해 화웨이가 R&D에 투자한 금액도 전체 매출액의 23.4%를 차지하는 1647억 위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한국의 국가 R&D 지원 예산 금액과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R&D 예산은 31조1000억 원이었다. 그 결과 화웨이는 2017년부터 세계 특허출원 건수 부동의 1위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웨이 밴드 찬 채 뛰고 수영하고…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혁신도 계속 = 헬스케어, 건강과학은 화웨이가 신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화웨이는 최근 정확성과 속도 등을 더욱 발전시킨 새로운 헬스케어 시스템 ‘트루센스’ 시스템을 내놨다. 15초 내 혈중 산소 측정이 가능하고 60초 이내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 심전도, 심혈관 위험 등 13개 항목을 제시하는 원클릭 기능을 갖췄다. 트루센스 시스템에 기반한 첫 번째 제품은 다음 달 공개될 예정이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혁신에 큰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스포츠 건강과학 연구소(헬스랩)다. 둥관 옥스혼 캠퍼스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화웨이 헬스랩 송산호(松山湖)점은 산시(山西)성 시안(西安)점, 핀란드 헬싱키점과 함께 총 3곳에 위치한 화웨이 헬스랩 중 한 곳으로 스포츠 건강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포츠를 즐긴 전·후의 인체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표준을 개발하며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각종 연구와 테스트, 인증 등을 진행한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체육과학연구소 등과 협력해 2021년 11월 문을 연 연구소는 4680㎡ 규모로 농구장 약 11개 크기와 비슷하다. 달리기, 수영, 골프, 자전거, 암벽 등반 등 총 117개 항목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달리기, 수영, 암벽 등반 등 각종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화웨이 측이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고원 시뮬레이션 실험실이었다. 해발 6000m 고지대 환경을 재현해 산소 포화도의 변화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테스트했다. 운동생리학 연구 구역에는 러닝머신이 설치돼 있어 러닝할 때의 심박수 등을 체크했다. 피실험자의 발바닥이 받는 압력이나 걸음 자세, 횟수, 폭, 발바닥의 지면 접촉시간 등이 러닝머신에 설치된 7000개 이상 센서를 통해 화면에 데이터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는 스마트워치 이용자의 보행 움직임을 분석해 코칭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1년에 약 19만2500㎞의 러닝 데이터를 모으는데 이는 지구를 약 4.5바퀴 도는 길이와 비슷하다고 화웨이 측은 설명했다. 그 옆에는 대형 트레드밀 위에 피실험자가 자전거를 타고 주행했다. 슬로프처럼 대형 트레드밀의 기울기가 조절돼 자전거뿐 아니라 스키를 탄 채 실험도 가능하다. 수영 구역에서는 초당 1.5m의 유속을 내는 풀 안에서 화웨이 밴드를 착용한 피실험자가 직접 들어가 수영을 하고 있었다. 피실험자의 수영 자세를 인식하고 심박수, 스트로크, 팔 각도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골프 구역은 고속 카메라와 센서 등을 갖춰 실내 스크린 골프장과 비슷했는데, 화웨이 밴드를 착용한 채 채를 휘두르니 업스윙과 다운스윙 속도가 측정되고 스윙 리듬과 자세가 분석됐다.

화웨이의 리코 장 스마트 웨어러블 및 건강 제품 라인 부문 사장은 “생체 신호 모니터링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에 투자를 집중했다”면서 “우리는 건강·피트니스 센서 기술 분야 최전선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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