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KIA 노히트노런 수모 안길 뻔, 한화에 이런 에이스가…"1선발? PS 전까지 의미 없다"
[스포티비 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1선발의 의미는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가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팀이 우선이고, 팀이 플레이오프에 가는 게 우선이다."
한화 이글스 1선발로 올라선 라이언 와이스(28)의 최근 행보가 대단하다. 한화가 본격적으로 가을야구 레이스에 뛰어든 8월 이후 6경기에서 3승2패, 39이닝,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한화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와이스가 1선발로 든든히 버텨준 덕분에 한화는 시즌 성적 59승63패2무로 9위에서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5위 kt 위즈와는 1경기차, 4위 두산 베어스와는 1.5경기차로 4위까지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거리다.
와이스는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또 한번 일을 냈다. 리그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KIA 강타선을 상대로 7회까지 단 69구를 던지면서 노히트노런 행진을 이어 갔다. 와이스는 7⅔이닝 92구 3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8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한화가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와이스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3㎞, 평균 구속은 150㎞를 기록했다. 직구(44개)로 윽박지르면서 구속 131~140㎞로 형성된 슬라이더(27개), 구속 124~131㎞로 형성된 커브(18개)에 포크볼(3개)을 곁들였다. 92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66개에 이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이 주효했다.
와이스는 5회말 2사 후 김선빈을 3루수 땅볼 송구 실책으로 내보내기 전까지 14타자 연속 범타 행진과 함께 퍼펙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뒤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와이스는 다시 7회까지 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 가면서 역대 15번째 노히트노런 진기록을 꿈꾸기도 했다.
4-0으로 앞선 8회말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중월 솔로포를 얻어맞으면서 와이스의 노히트노런 도전은 순식간에 끝났다. 나성범은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와이스는 홈런을 허용한 뒤 김선빈을 유격수 뜬공, 이우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다. 그러나 한준수와 박정우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하면서 2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한준수에게 안타를 허용했을 때 처음 마운드에 방문해 와이스가 책임질 기회를 줬는데, 박정우까지 안타를 치자 곧장 마운드를 방문해 와이스의 공을 뺏었다. 와이스의 얼굴에는 직접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와이스의 공을 이어 받은 박상원은 다음 타자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흐름을 끊었다. 이때 3루수 노시환이 넘어지면서 까다로운 타구를 포구한 뒤 1루로 정확히 송구한 호수비가 돋보였다.
와이스의 승리 요건은 9회에 날아갔다. 박상원이 나성범에게 4-2로 쫓기는 적시타를 허용했고, 마무리투수 주현상이 9회말 2사 후에 김선빈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믿었던 필승조가 흔들리면서 한화는 이대로 KIA에 무너지나 싶었는데, 10회초 1사 3루에서 유로결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날 때 3루주자 장진혁의 과감한 홈 쇄도로 값진 1점을 짜내면서 웃을 수 있었다.
와이스는 호투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오늘(4일) 정말 스트레스가 많은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이 연장에서 이겨 정말 만족스럽다. 지금 경기가 끝나서 이제는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은 게 마지막에 나성범에게 홈런을 맞은 것도 있고, 주자를 1, 2루에 내보낸 상태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연장까지 가는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까지 전체적으로 마음이 복잡했다"며 에이스로서 자신이 제대로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자신을 대신해 뒤를 맡아준 불펜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와이스는 "우리 불펜을 믿었다. 특히 박상원을 칭찬하고 싶다. 박상원은 8월에 MVP급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고, 8회에 내가 내려온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내려왔다는 것은 내가 이닝을 못 끝냈다는 그런 아쉬움이 있다. 항상 마음 속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며 자신의 책임을 나눈 불펜에 한번 더 감사를 표했다.
한화가 가을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에 만족했다. 와이스는 "오늘 승리가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빅매치였고, 경기마다 하나하나 5강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경기도 최대한 많이 이기려 노력할 것이다. 9월에 남은 경기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와이스는 지난 6월 17일 한화와 6주 10만 달러(약 1억원) 조건에 처음 계약을 했다. 와이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으나 마이너리그 5시즌 통산 132경기(선발 47경기)에서 17승14패, 313⅓이닝,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대만 프로야구 푸방 가디언스에서 뛰며 아시아야구를 경험했고, 올해는 미국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다. 한화는 키 193㎝ 장신에 시속 150㎞대 빠른공과 스위퍼, 싱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와이스에게 매력을 느껴 영입했다.
한화는 사실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인 리카르도 산체스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산체스가 만약 팔꿈치 부상을 회복하고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었다면, 와이스는 한화에서 대체 외국인으로만 6주를 뛰고 짐을 쌀 수도 있었다. 어쨌든 산체스가 결국 부상 탓에 짐을 싸면서 와이스는 지난 7월 28일 한화와 총액 26만 달러에 정식 외국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1선발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한화의 5강 싸움에 와이스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이스는 1선발로 5강 싸움을 이끄는 데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는 "1선발의 의미는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가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팀이 우선이고, 팀이 플레이오프에 가는 게 우선이다. 우리가 5위를 하든 4위를 하든 최선을 다해서 팀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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