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즘 준동 막지 못한 세계대전 승자들…신간 '전쟁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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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는 제1차 세계대전 속에 숨어 있었다.
독일이 혼란 속에서 극우로 수렴해 갈 때, 러시아는 붉은 혁명에 성공해 '공산주의의 세계화'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제1차 대전 승전국들은 식민지 형성에 다시 열을 올렸으며, 아시아의 잠룡 일본은 아시아 대통합을 위해 서서히 야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나치즘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공산 세력에는 필요 이상으로 적대적으로 대우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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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는 제1차 세계대전 속에 숨어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승전국은 패전국에 가혹한 올가미를 씌웠다. 독일에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영국 관료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 지각 있는 지식인들은 배상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승전국의 수장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불만은 늘 가난 속에서 싹텄다는 걸 그들은 간과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혁신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했지만, 경제는 배상금 탓에 늘 휘청였고, 그에 따라 민중의 마음도 휘청였다. 그런 틈을 자유주의자 에우헤니오 삼마르가 "기념비적인 바보"라고 비웃었던 히틀러가 비집고 들어갔다. 결과는 누구나 다 아는 제3제국, 나치의 탄생으로 귀결했다.
독일이 혼란 속에서 극우로 수렴해 갈 때, 러시아는 붉은 혁명에 성공해 '공산주의의 세계화'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제1차 대전 승전국들은 식민지 형성에 다시 열을 올렸으며, 아시아의 잠룡 일본은 아시아 대통합을 위해 서서히 야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됐지만 세계의 지도자들은 승리에 취해있었다. 특히 파시즘과 나치즘이 준동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이를 방관했다. 칼끝이 승전국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도취한 그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던 것일까.
영국 학술원 회원이자 케임브리지대 국제관계사 명예교수인 조너선 해슬럼은 신간 '전쟁의 유령'(21세기북스)에서 국제공산주의운동에 의해 힘을 얻은 전 세계 공산주의 혁명 세력과 이들을 상대한 자유세계 집정자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과 혐오가 파시즘의 준동을 막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영미권 자료들에 의존했던 기존의 연구 틀에서 벗어나 전 세계 각지의 문서보관소를 돌며 해당 시기의 외교관들에 의해 작성된 각종 외교문서와 비망록, 일기와 서신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을 집대성해 전간기 외교의 민낯을 공개한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가 득세하고 독일에서 히틀러가 권력을 손에 넣는 과정, 스페인 내전, 중국에서 일어난 만주사변 등 20세기 초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에서 국제공산주의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 영향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나치즘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공산 세력에는 필요 이상으로 적대적으로 대우했다고 말한다. 가령, 영국 정치인들은 히틀러와 그의 오른팔 괴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소련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들은 소련과의 협상에 지위가 낮은 하급 관리들을 보내는가 하면, "우스꽝스럽고 치욕스러운 제안"을 하기 일쑤였다.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와의 거래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볼셰비키주의 러시아에 대한 깊고 극복할 수 없는 혐오가 자리했다."
책은 이 외에도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절대 희생하지 않으려 하는 강자의 위압적인 태도, 너무도 가볍고 어이없는 이유로 협상이 결렬되고 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엉성한 국가 외교가 빚는 촌극, 잘못된 확신과 독선이 낳은 비극 등을 조명한다.
우동현 옮김. 63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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