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한 동네서 '치킨 게임'…가맹점주만 한숨

정혜인 2024. 9.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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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차액가맹금 높고 수익률 하락
신규 출점 증가로 동일 브랜드 점주간 경쟁 심화
배달앱보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 선행돼야

은퇴 후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뛰어드는 시장이 어디일까요. 아마도 치킨일 겁니다. '치킨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치킨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치킨집 창업은 은퇴 후 성공방정식처럼 여겨졌습니다. 치킨집도 최근 수년 사이 크게 늘어났죠. 하지만 최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치킨을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쏠림 현상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치킨전문점 수는 지난 2020년 4만2743개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만개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5235개나 늘어난 수치인데요.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크게 줄었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성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후로 치킨전문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치킨전문점 수는 2021년 4만2624개로 전년보다 119개 감소했고, 2022년에는 4만1436개로 1188개나 줄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특히 개인 치킨집이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치킨전문점은 개인 치킨집(비가맹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나뉩니다. 개인 치킨집은 감소 추세인 반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수는 2018년 2만5110개이던 것이 2022년에는 2만9348개로 늘면서 3만개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전체 치킨전문점 중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죠.

/그래픽=비즈워치

이렇게 프랜차이즈 가맹점 비중이 늘어나는 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서입니다. 창업을 처음부터 직접 할 필요 없이 가맹본부로부터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원부자재를 공급 받기도 쉽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가맹점은 가맹금을 내야 하고 물품 대금 등을 본부에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꽤 많이 듭니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는 '차액가맹금'이 높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원부자재 등을 공급 받고 지급하는 금액 중 적정 도매가격 이상으로 지급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가맹본부는 여러 원재료나 설비 등을 가맹점주에게 공급하고 돈을 받는데요. 이를 원가 그대로 넘기지 않고 유통마진을 남기는 것을 차액가맹금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생닭 1마리를 1000원에 산 후 가맹점에 1500원에 넘긴다면, 이 500원이 차액가맹금에 해당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가맹산업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가맹점 평균 매출액 대비 가맹점 평균 차액가맹금 비율은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장 높았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는 가맹점의 평균 매출 중 약 8.2%를 차액가맹금으로 가져갔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차액가맹금 비율은 2021년에도 7.0%로 가맹점 1위였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평균 차액가맹금은 3500만원으로 피자에 이어 2위였습니다.

같은 브랜드끼리 출혈 경쟁

이런 탓에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전체의 2022년 매출액은 7조5957억원이었는데요. 이를 가맹점수로 나누어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을 구해보면 2억5881만원입니다.

같은해 치킨 가맹점 전체 영업비용(6조7560억원)으로 가맹점당 평균 비용을 계산하면 2억3020만원에 달합니다. 매출액에서 영업비용을 제한 이익은 가맹점당 평균 2861만원인데요.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11.1%에 불과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이익률은 2019년 15.3%에서 2020년 13.2%, 2021년 11.0%으로 낮아졌습니다. 지난해의 11.1%도 전년보다 소폭 늘긴 했지만 여전히 예전보다 낮은 수치죠.

게다가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64%가 연매출 2억원 미만을 벌어들입니다. 가맹점주의 3분의 2 가량은 연간 2800만원도 벌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치열한 가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출점 탓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각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늘려야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가맹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2021년에는 제너시스BBQ가 442곳을, bhc가 370곳을 새롭게 출점하면서 각각 치킨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 1,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bhc가 443곳을, 제너시스BBQ가 219곳의 매장을 새롭게 내며 신규 출점 1, 2위 자리를 맞바꿨습니다. 제너시스BBQ와 bhc는 2022년 말 기준 각각 가맹점 2041개, 1991개를 가진 치킨업계 1, 2위 브랜드입니다.

두 브랜드는 수년째 가맹점수 상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이미 매장 수가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신규 출점까지 많다는 건 그만큼 매장을 낼 만한 지역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끼리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배달앱만 살펴봐도 한 주소지에 대해 같은 프랜차이즈 치킨 10여 곳이 배달 주문을 받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치킨은 고객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대부분 정해져 있어서 같은 배달권역에 같은 브랜드 치킨끼리 경쟁하는 꼴"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치킨집 폐점 비율도 상당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폐점률은 2020년 11.9%, 2021년 13.7%, 2022년 14.2%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2022년에는 개점률이 14.4%에 그쳐 폐점률과 거의 맞먹었습니다. 한해 동안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이 문을 여는 만큼 또 어디선가는 문을 닫고 있다는 뜻입니다.

배달마저 정체인데...

유통업계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간 치킨 가맹점 증가에 큰 역할을 했던 배달 수요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배달앱의 월 평균 결제추정금액은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2조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 3월(2조3188억원)보다 낮은 수치인데요. 그만큼 배달 수요가 정체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희찬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는 "경쟁하는 가게는 많아졌는데 배달 수요는 정체 상황"이라면서 "치킨, 피자, 중식과 같이 배달 특화 메뉴 외에도 포장 기술 및 배달서비스 향상에 따라 대부분의 음식 메뉴가 배달이 가능해져 치킨 가맹점주의 수익성은 나아지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달의민족에서 BBQ(왼쪽), bhc(오른쪽)을 검색한 결과. 같은 주소지에서 BBQ 17개, bhc 24개 매장이 검색된다. / 사진=배달의민족 캡처

치킨은 배달 비중이 큰 업종 중 하나입니다. '배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외식물가 조사를 위해 실험적 통계로 업종별 배달 비중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치킨, 햄버거, 피자, 김밥 등 간이음식의 매출 중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48.8%였습니다. 아마 치킨만 따지면 더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인지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그 이유를 배달앱에서 찾고 있습니다. 물론 배달앱의 수수료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최근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은 정률제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을 기존 6.8%에서 9.8%로 3.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당연히 업주 입장에서는 배달비 부담이 상당히 커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부담이 모두 배달앱 때문이기만 할까요? 배달앱도 문제지만 치킨 프랜차이즈의 과도한 신규 출점에 따른 경쟁 그리고 가맹점주로부터 벌어들이는 차액가맹금 등 오래 전부터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이었던 사안들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문제점들은 배달앱이 활성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거론됐던 고질병이기도 하죠.

가맹점주들이 없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갑'의 위치입니다. 그런만큼 이젠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줄이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할 때입니다. 공존에 기반한 상생이 고질병을 치료할 유일한 해법입니다. 외부의 적을 찾기 전에 내부에서 상생을 위한 방법을 먼저 찾는 프랜차이즈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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