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vs 삼성생명' 형제가 라이벌…'보험 1등' 엎치락뒤치락
[편집자주]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영역이 사라지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한 식구이지만 각각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예외는 아니다. 순이익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투자자 선택도 과거(자산)을 보느냐, 미래(가능성)를 보느냐에 달라진다. 보험업계 1위를 두고 다툴 수 밖에 없는 두 회사를 비교해봤다.
삼성그룹의 양대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초격차'를 내세운 삼성화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32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맏형' 삼성생명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각각 1조3685억원과 1조3124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연결 기준)을 올렸다. 삼성화재가 1분기 70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삼성생명(6220억원)을 앞섰으나 2분기에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따돌렸다.
삼성생명이 상반기 보험 '맏형' 자리를 지켰지만 삼성화재와의 격차는 561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본업인 보험손익은 삼성화재가 1조1980억원으로 삼성생명(7120억원)의 1.7배에 이른다. 반면 투자손익은 삼성생명이 1조1130억원으로 삼성화재(519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는 총자산의 거의 4배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상반기말 총자산은 320조원, 운용자산은 222조원이다. 반면 삼성화재는 총자산 86조원, 운용자산 82조원이다. 투자수익률이 삼성화재가 3.5%로 삼성생명 3.3%보다 앞서지만 자산차이를 극복하긴 어려웠다.
삼성생명이 힘겹게 '맏형' 자리를 지키는 것과 삼성화재가 자산 차이에도 보험 1위를 넘볼 수 있는 건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생보산업은 201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온다. 상반기 생보사 순이익은 3조5941억원으로 손보사 5조7722억원보다 2조원 이상 적다. 지난해보다 생보사 순이익은 9.4%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12.2% 늘어난 손보사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 생보사가 팔았던 변액보험, 저축보험, 종신보험 등은 초회보험료가 감소하고 지난해 국제회계제도기준 변경 이후에는 부채로 인식돼 실적에도 부정적이다.
생명보험업의 저성장 장기화는 삼성생명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와 자산규모를 바탕으로 보험 1위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험상품의 포트폴리오 변화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빠르게 찾지 못하면 권역 특성의 한계에 부딪힌다. 삼성생명이 올해 건강보험의 비중 확대에 '올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주력상품인 보장성상품은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하다. CSM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 미실현이익의 현재가치로 장기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2021년부터 생보사 실적을 넘어선 손보사들은 회계제도 변경 등을 계기로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손보사는 보장성상품 뿐 아니라 일반손해보험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의 직격타를 맞은 생보사와 달리 화재, 해상, 보증, 특종보험 등 일반손해보험은 성장세가 이어진다. 일반손해보험은 2020년 이후 8%대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4차산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신규 보장영역 확대와 책임보험 시장 확대 등도 손보사에는 긍정적이다.
보험업 한 전문가는 "실질적인 면에선 이미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을 넘어섰다고 본다"면서 "생보업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향후 10년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만들어가지 않으면 생손보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올해초부터 신상품 출시, GA(보험법인 대리점)채널 확대와 시책(설계사에게 주는 보너스) 등을 통해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상반기 보장성보험의 신계약은 월 평균 183억원을 달성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3% 성장했다. 상반기 전체 신계약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은 1조6383억원으로 같은 기간 13.6% 늘었다. 상반기 장기보험 영업이익은 905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3%를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건강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이례적으로 지난 7월 일정 기간 GA를 대상으로 건강상해 상품에 높은 시책을 걸었다. 시책은 보험설계사가 상품을 팔면 받는 별도 보너스로 시책이 높을수록 설계사들은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한다. 당시 업계 최고 시책으로 다른 보험사들도 긴장했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전체 신계약 CSM은 1조6461억원으로 삼성화재(1조6383억원)보다 조금 높다. 특히 신계약 CSM 중 건강상품의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0.8%에서 올해 54.3%까지 늘렸다.
하반기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외형 확대를 지속해서 추진한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금 추세면 연말까지 신규 CSM 3조3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지난 7월과 8월에도 6760억원의 신규 CSM을 올렸다는 게 삼성생명 측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신규 CSM에서 건강상품의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삼성화재 역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장기상품인 건강보험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 확대 전략을 유지하고 CSM 총량 증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GA 채널도 기존처럼 가격 경쟁을 통한 외형 확대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두 회사의 채널 전략은 차이가 있다. 삼성화재가 GA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반해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 채용을 늘리는 등 전속 채널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연초 대비 2000명 이상 늘어 6월 말 기준 3만2738명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가 GA채널에 비해 보험가입 유지율 등 수익성 측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건강보험 시장 확대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의 전략이 아니다. 생손보를 넘어 거의 모든 보험사가 건강보험 시장을 노리고 있다. 건강보험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요양보험 상품을 동시에 출시, 협업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달 삼성생명은 '삼성 함께가는 요양보험', 삼성화재는 '삼성 함께가는 요양건강보험'의 판매를 각각 시작했다. 고령화 시대 요양보험상품 수요가 높은 가운데 불필요한 경쟁 대신 윈윈하기 위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말에는 보험 관련 규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단기 상품 판매 경쟁, 새로운 보험회계제도의 문제점 등 전반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고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향후 보험사 1위를 놓고 삼성보험 형제는 물론 보험사 전체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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