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안정화, 꾸준한 공급이 방법입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고 은행에 창구지도까지 하면서 대출 규제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만이 아니라 한국은행과 은행 감독기관들 모두 나서서 전방위적으로 대출 규제에 호응하는 중입니다. 금융회사 대출서류에 서명하는 자서 시기와 대출실행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차주들도 생기는 중입니다. 이래저래 은행 창구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8월 말 현재 수도권 아파트값은 연간 기준으로 0.99% 올랐습니다. 서울 상승률이 2.93%로 가장 높은데, 이 수치도 물가상승률이나 소득 증가율을 고려하면 거의 오르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나마도 주택 유형 중 가장 많이 오르는 아파트의 이야기이고, 단독이나 연립 등을 포함한 평균 종합주택가격 상승률은 8월 말 기준 0.16% 상승에 그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규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가장 많이 비판했던 수요억제 정책인 대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스트레스 DSR 자체는 이미 예고된 정책입니다. 문제는 '창구 지도'입니다. 법이나 시행령에도 없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 시행하는 관치금융을 통해 은행의 팔을 비틀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중입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 대출 규제는 주택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수요억제 정책의 효과는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에 그쳤습니다.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지금보다 강력한 규제였지만, 잠시 숨을 고르던 주택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문재인 정부 내내 올랐습니다.
주택시장 안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정책입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하락한 경우는 금융위기 아니면 대규모 공급이 이뤄졌던 시기입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3기 신도시 공공주택 가운데 올해 아파트 건설이 승인된 사업장은 단 1곳(하남교산 A-5블록)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기 신도시 건설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데 행정력을 쏟는 편이 낫습니다.
민간의 경우 주택건설을 촉진하려면 수요를 고려해야 합니다. 공급정책을 추진할 때 수요를 고려하지 않으면 누구도 주택공급에 나서지 않습니다. 만들어봤자 팔 자신이 없다면 주택 사업자들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택 수요를 늘리려면 가격이 올라야 합니다.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내리진 않으면서 조금씩 올라야 청약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수도권 선호 지역은 주택 수요가 넘쳐나지만, 지방은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수도권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은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수요자들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민간에서 주택공급이 늘어났던 시기는 언제나 주택가격이 오르는 때였습니다.
정부는 주택 공급정책이 지지부진하니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요억제 정책을 사용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계속된 수요억제 정책은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수요억제 정책 효과로 집값이 하락한다면 누구도 집을 사려 하지 않게 되고, 수요가 줄어드니 주택사업자도 집을 짓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 5% 오를 가격을 억지로 누르면 3~5년 후 10% 이상 급등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한 피해는 서민들이 받는 만큼, 단기간에 효과가 있는 규제가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수요억제 정책에서 발생하는 시차로 인해 서민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통상 주택 시장은 선호 지역 집값이 오르고 난 이후 시간 차이를 두고 외곽과 지방 집값도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시간 차이 동안 규제가 시행되면 외곽과 지방 주택 수요자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들 지역은 대출 민감도가 높아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외곽과 지방 집값만 내릴 수 있는 셈입니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급을 꾸준히 하는 겁니다. 수요억제 정책 효과는 단기간에 그치고, 시장에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또한 주택공급 정책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려면 주택 가격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기를 바라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큰아버지가 사실 아버지"…'굿파트너' 작가가 전한 불륜 사례
- "옆집 엄마도 쓰더라"…70만원 고가에도 '필수품' 됐다 [이미경의 인사이트]
- "45세 이하 대졸 여성만"…수영장 가입 조건에 '갑론을박'
- "내 돈 물릴라" 개미들 '공포'…한 달 새 3조원 넘게 빠졌다
- 카페서 과한 스킨십에 쫓아냈더니…무서운 10대 커플
- "요즘 나이키 누가 신어요"…러닝족 홀린 신발의 정체
- 14년 일한 공무원이 中 간첩이라니…'발칵' 뒤집어졌다
- "이러다 줄줄이 터진다"…은행들 '초비상 상황'
- "피 같은 120만원 어쩌나"…항공권 구매했다 '날벼락' [1분뉴스]
- 성심당 케이크 망가질까 걱정했는데…'대단한 아이디어' 엄지척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