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살려야 한다"…'엄빠찬스' 쓴 롯데온

김지우 2024.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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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E쿠폰 수요 감소…'지류상품권' 공략
롯데 계열사 인기상품 단독 할인 전략
비용 효율화…거래액 감소는 고민거리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지인에게 선물받은 모바일 쿠폰(e쿠폰)이 환불될 예정이라는 알림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티몬·위메프 정산 미지급 사태 여파로 모바일 쿠폰 발행업체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사용이 중단된 것이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 모바일 쿠폰을 구매할 경우 보다 더 저렴하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종종 구매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e쿠폰 서비스 분야의 거래액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 7월 e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517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습니다. 티메프 사태 이전인 6월에는 E쿠폰 서비스 거래액이 9498억원까지 성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티메프 사태는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틈새시장을 노려라

모바일 쿠폰 산업은 브랜드사-발행사-판매사 혹은 플랫폼이 연결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와 달리, 자체 발행하는 '지류상품권'을 내세운 이커머스도 있습니다. 바로 롯데쇼핑의 '롯데온'입니다. 롯데온은 추석을 앞두고 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 지류상품권을 할인 판매하고 나섰습니다.

롯데온 지류상품권 /사진=롯데온

롯데온은 "최근 티몬, 위메프 사태로 상품권 관련 고객 우려가 많은 상황이지만, 롯데가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상품권인 만큼 고객이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온은 지류상품권을 등기로 보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롯데온 관계자는 "봉투에 담아 지인에게 가볍게 선물하기에도 좋고, 구입해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안전하고 경제적인 상품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류상품권 판매는 롯데온이 계열사 간 온라인 쇼핑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그룹 계열사인 롯데GRS의 상품에 혜택을 담아 롯데온 단독 상품을 만든 겁니다. 올해 1월부터 매달 롯데 계열사 인기 상품을 롯데온 단독 혜택으로 선보이는 ‘월간롯데’ 연합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 힘을 빌려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겁니다.

제자리걸음 벗어날까

업계에서는 롯데온이 롯데그룹의 신뢰도 높은 상품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액(GMV)나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롯데온의 입지는 몇 년째 제자리입니다. 롯데온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 23.3%, SSG닷컴·G마켓 11.5%, 11번가 7% 등입니다. 반면 롯데온은 5% 미만입니다.

/사진=롯데온

지난해 10월 롯데온은 가수 이효리를 광고모델로 내세웠습니다. 고객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덕분에 롯데온은 이효리 효과로 반짝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롯데온은 지난해 나름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지난해엔 매출도 늘고 적자 폭도 줄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올해 들어 롯데온의 실적은 다시 악화했습니다. 롯데온의 올 상반기 매출은 576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줄었습니다. 영업손실은 423억원으로 전년보다 11억원 늘었습니다. 여기에 롯데온의 올 2분기 트래픽은 전년 동기보다 15.7% 늘어난 반면, 플랫폼 거래액(GMV)은 9.8% 감소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트래픽이 증가했음에도 GMV나 매출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인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고객들은 아직까지 최저가 중심으로 쇼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쿠폰 등의 쇼핑 혜택을 축소함에 따라 '구경만 하고 떠나는' 고객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습니다.

수익성 개선할까

지난해 말 선임된 박익진 롯데온 대표는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엔 권고사직에 이어 희망퇴직으로 조직쇄신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올해 4월엔 바로배송 서비스도 접었습니다. 대신 최근엔 '익일배송'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롯데온은 별도의 유료 멤버십 가입 없이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직매입, 풀필먼트 형태 대신 택배회사를 통해 주문 다음날 배송을 택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익일배송 서비스의 경우 이미 여러 이커머스가 운영하고 있는 만큼 차별점이 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롯데쇼핑 오카도 부산CFC 조감도 /사진=롯데온

대신 과감한 투자를 한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정통 유통기업의 강점인 '그로서리' 사업입니다. 롯데온은 그로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준비에 나섰습니다.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지난해 말 부산에 자동화 물류센터 건설에 돌입했습니다. 부산 물류센터 투자비용은 약 2000억원입니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풀필먼트 센터를 전국에 6개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온의 이런 노력이 업계 변화 속도에 비해 많이 느리다는 입장입니다. 롯데온이 나름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업계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일찌감치 움직여 100여 개 넘는 물류센터를 마련해 이커머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아예 CJ대한통운에 물류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특히 SSG닷컴은 절감한 비용으로 그로서리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온라인 사업은 유통기업에게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사업이 됐습니다. 재계 6위 롯데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온의 반등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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