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속가능경영 시선에서 본 근로기준법

2024. 9.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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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근로자 개별 계약에 관심이 있던 때가 있었다.

2019년에 이어 2022년에 이어진 판시에서, 기업이 근로자 과반 동의에 따른 적법 절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어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하므로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었다면, 제도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노사관계를 근로자 개별이 아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사실상 집단적 근로계약 형태로 규율하는 우리와 생각의 궤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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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도 근로자 개별 계약에 관심이 있던 때가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한 2016년 전후다. 지침에 관한 논란을 떠나, 당시 개별 계약을 강화하려던 사회적 풍토 조성 움직임을 기억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기억을 불러온 것은 최근 대법원 판결이다. 2019년에 이어 2022년에 이어진 판시에서, 기업이 근로자 과반 동의에 따른 적법 절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어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하므로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없었다면, 제도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시행한 임금피크제도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해당 판결의 법리나 타당성, 법원 계위(繼位)나 규범 적용순위에 관한 '유리조건우선 원칙'에는 관심 없다. 문제는 노사정 모두 기업의 상황, 노사관계, 재판부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로 이전보다 큰 유무형적 비용을 쓰게 된 것이다. 노사분쟁을 줄여야 할 국가 규율이 혼선을 키우는 형국으로도 비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취업규칙 변경을 준비하던 모든 기업이 후속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적법 경영활동을 펼쳤으나, 사실상 예측이 불가한 리스크로 되돌아온 것이다. 관련 소송 증가세가 이를 말해준다.

근로기준법 4조, 94조, 97조를 아무리 들여다본들, 지나칠 정도로 포괄적인 문구로 인해 해석이 잘 안된다. 재판부야 법리와 총체적 시각에서 판단한 것이겠지만, 취업규칙 불이익 사안마다 차이가 나는 판결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사관리의 근간인 기업 임금체계 개선 논의에서도 병목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군다나 경기침체기에 있는 우리 기업의 생존 여부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국가마다 노동시장 상황은 제각기 다르기에, 비교가 내키지는 않지만, 이웃 나라는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사정의 노력과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는 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만 보자. 일본의 'S'사가 도입한 임금체계인 역할급이 노사가 고안한 산물이라는데, 틀렸다. 노동기준법 아래 노동계약법을 제정, 개별 계약 개념을 강조·명시해 과반 동의 없는 근로조건 저하를 가능하게 한 통로가 생긴 것에 기인한다. 중국 'H'사는 근로계약을 4년(1차)+4년(2차)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직원 성과가 미달하면, 사측은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는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근로계약법이 이를 허락한다. 노사관계를 근로자 개별이 아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사실상 집단적 근로계약 형태로 규율하는 우리와 생각의 궤가 다르다.

30년간 접었던 날개를 편 'S'사나, 동시다발적 글로벌 핍박을 받는 'H'사가 보여주고 있는 성장이 이 유연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일 수 있다. 대법원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최근 동향은 우리가 막다른 골목에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경기침체를 알리는 다수 경제 전망치까지 고려하면, 비단 임금피크제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노동정책 시행 주체로서의 새 리더십이 넘어야 할 언덕이다. 노사의 존망에 영향을 주는, 늦출 수도 없는 근로자 개별 계약에 관한 논의를 실기(失期)하지 않기를 바란다.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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