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 소주의 생존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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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주의 존폐 위기는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2005년 지역 주류업체들은 하이트진로가 겉잡을 수 없이 몸집을 키워 주류시장을 삼킬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소주가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대변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지역 소주를 시장 경쟁적 시각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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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주의 존폐 위기는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2005년 지역 주류업체들은 하이트진로가 겉잡을 수 없이 몸집을 키워 주류시장을 삼킬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취약 지역을 집중 공략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주류업체들은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결론적으로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소주 시장은 '1강 1중 다약' 체제로 굳어졌으며 1강과 1중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자유 경제 체제에서 시장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으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경쟁에서 예외로 분류돼야 할 사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역 소주다.
지역 소주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인식돼있다. 과거 정부가 1도1사 원칙에 따라 지역별로 1개의 회사만 허가하고, 회사에서 생산된 소주 50%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지역서 50% 의무 소비' 제도는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졌지만 여전히 각 지역 소주 회사는 남아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소주 회사들은 지역민과 소통하며 브랜드에 지역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역 소주가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대변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 특화된 재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역 이미지를 구성하는 브랜드로서 가치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특산물 활용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선양소주는 계족산에 황톳길을 깔아 지역민들의 여가 생활을 돕고, 보해양조는 완도 다시마를 소주에 접목한 '다시, 마주'를 출시해 지역 특산물을 알렸다. 지역 소주를 시장 경쟁적 시각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긴 시간 지역 '대표' 타이틀을 갖고 지역민을 위로해온 지역 소주. 앞으로도 힘의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그 가치를 지켜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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