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와 손잡은 KT 클라우드, 공공기관 정보 유출은 어떻게

김성아 기자 2024. 9.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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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 KT가 열어주게 될 것"
KT가 MS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분야의 협업을 맺는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오히려 'MS 대리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김영섭 KT 대표(좌측)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AI·클라우드·IT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모습. /사진=뉴스1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최근 클라우드 사업 협력을 밝힌 것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커진다. KT는 양사의 협력을 '소버린 AI'로 부르며 한국 특화형 클라우드 상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관련 업계는 KT가 MS 클라우드 서비스를 관리하는 대리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본다. 소버린 AI는 자체 인프라 및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능력을 구축하는 것인데 몇 달전 발생한 MS발 글로벌 IT대란으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내 MS와의 세부 AI 협업 계획을 발표한다. 지난 6월 양사가 AI·클라우드 분야 협력을 다짐하고 나오는 첫번째 후속조치다. 당시 협력 내용은 향후 5년 동안 약 1억2000만달러(1658억원)를 MS에 지불하고 내부 시스템 전환을 비롯해 공공·금융·교육 등 외부 사업 확장에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사용하는 것이 골자로 전해진다.

KT가 MS와 협력하게 된 것은 아마존웹서비스(AWS)·MS·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 독자적으론 그들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민간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 이용 비중은 ▲AWS(60%) ▲MS 애저(24%) ▲네이버 클라우드(21%) ▲구글(20%) ▲KT(8%) 이었다.

KT내부에선 김영섭 대표가 직접 챙기는 MS와의 클라우드 사업 협력 강화를 불안해 한다. 기존 KT 클라우드 사업과 '엇박자'를 내고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T가 서비스 관리인 'MSP'(Managed Service Provider)에 주력하면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CSP'(Cloud Service Provider)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KT는 지난 2월 "중장기적으로 MSP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KT 클라우드가 있음에도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MSP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KT 내부 관계자는 "KT 클라우드가 토종 CSP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MSP로 중심을 옮기려는 듯한 모습은 우려된다"면서 "KT 클라우드 역할 축소는 불가피하고 내부에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KT가 국내 규제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글로벌 빅테크들의 진입을 돕게 되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 이로 인해 정부 및 주요 국가기관 중요 정보가 글로벌 빅테크에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가·공공기관에 제공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CSAP 등급은 상(기밀정보) 중(민감정보) 하(공개정보)로 나뉘는데 KT는 해외 기업에게는 절대 부과되지 않는 최고 등급사업자다. 외국기업에는 제일 낮은 등급도 부과된 적이 없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KT가 MS와 협업하게 된다면 MS는 하 등급보다 보안성이 높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유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MS 쪽으로 보안 등급이 높은 공공기관 데이터가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MS의 지배력이 올라간 뒤에는 MS의 가격 방침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MS는 올해 2월 환율 변동성을 근거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제품 구독료를 8% 인상했고 2022년에도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오피스 365′ 등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8~25% 올렸다. MS는 지난해 11월 원·달러 환율 변동 수준을 고려해 연 2회(2월·9월) 정기적으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2022년 기준 42.2%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KT와의 협약을 통해 MS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진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물가 상승과 환율 등을 근거로 클라우드 서비스 구독료는 당연히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 기업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서도 다른 클라우드 제공사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아 종속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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