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위 ‘지역 대표’ 백화점, 명성 잃고 이젠 식당가 전락 [심층기획-존폐기로 선 향토기업]
‘지역소멸 시계’ 갈수록 빨라져
정책·인프라 지원 등 대안 절실
80년 역사 대구百 8년 연속 영업손실
본점·아울렛·물류센터 공개매각 나서
신세계百 등 ‘유통 공룡’ 시장 잠식 원인
선양소주·대선주조 등 지역 5개 업체
하이트·롯데 등 공격적 마케팅에 밀려
영업이익 53% 급감… 길거리 홍보 나서
“급격한 인구 감소·지방소멸 위기감도”
“밥 먹으러 가죠, 누가 쇼핑하러 대백(대구백화점) 가나요?”
하지만 이 백화점은 2016년부터 8년 연속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7월 23년간 장기보유 중이던 현대홈쇼핑 주식 38만2600주를 178억원에 전량 매각했지만 손실을 메꿀 수 없었다. 이에 최근엔 대구 동성로 본점과 대구 동구 신천동 구 대백아울렛, 동구 신서동에 있는 물류센터 3곳에 대한 매각에 나섰다.
1999년 지방 백화점 최초로 단일 점포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며 전국 7위를 기록했던 대구백화점이 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신세계백화점 등 ‘유통 공룡’의 지역 상권 진출이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신세계백화점이 동대구역사에 자리를 잡으면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대구백화점은 2019년 결국 본점 폐업을 결정했다. 2002년 연매출 6900억원을 자랑했던 대구백화점은 이 시기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은 지난해 1조498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국 7위 규모 백화점으로 커졌다
대구지역의 부동산 한 관계자는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유동인구를 통해 먹고살던 웨딩거리나 상권이 백화점 손님이 줄어들면서 함께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둘러본 대구백화점 프라점 뒤편 웨딩거리 상가 1층에 ‘임대’라고 써 붙인 공실이 즐비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충남에선 지역 대표 소주 제조사 선양소주가 위기에 처했다. 최근 이 회사 직원들은 대기업 소주 회사의 융단폭격식 광고마케팅으로 매출이 급감해 경영 위기에 처했다며 길거리 홍보에 나섰다. 심각한 현실을 지역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선양소주는 과거 지역민들의 사랑으로 대전 지역 소주 시장 내 6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주류소비 감소 및 국내 대기업 소주 회사의 융단폭격 광고마케팅으로 인해 지역 내 30% 수준까지 점유율이 하락했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융단폭격 광고마케팅 물량 공세에 맞대응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은 “대기업의 광고마케팅 물량 공세로 우리 회사를 비롯해 전국의 지역 소주 회사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51년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지역 소주에 다시 한 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참소주’로 사랑받던 금복주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7000만원이다. 웬만한 유명 식당보다 작은 이익액이라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또 전년(64억3000만원) 대비 95.7% 급감한 금액이다. 참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7% 주는 데 그쳤다. 대기업 소주에 맞서기 위해 금복주로서는 막대한 판촉비를 지출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지방소멸은 지방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최대 위기로 꼽힌다. 실제 지방 기업은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이외 지역 소재 기업 513개를 대상으로 한 ‘지역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68.4%가 ‘지방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지방 소재 기업이 지방소멸 위협을 느끼는 것은 급격한 인구 감소세와 함께 지역 간 불균형 심화에 따른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대한상의는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지방 기업들이 느끼는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며 “지방 기업의 불안감과 실질적 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역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소멸로 인한 소비자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버티고 있는 지역 기업들이 당장은 대기업 공세를 근근이 버텨내겠지만 주민이 다 떠나면 진짜 벼랑 끝에 몰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