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의 진화’ 암세포만 ‘콕’ 집어 절제 가능해진다
토모큐브, 네이처 주목 '홀로토모그래피' 영역 개척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 프로브(제어장치)를 본체에 연결하면 의료진이 필요한 부위에 대고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브이픽스메디칼 대전 본사에서 만난 황경민 대표는 자체 개발한 의료기기를 보여주며 이같이 설명했다. 마치 펜처럼 생긴 장치를 데스크톱처럼 생긴 본체에 연결하면 주사기를 몸에 꽂아 주사하거나 외과적 수술을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뇌종양, 뇌혈관과 미세구조를 영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날 토모큐브 대전 본사에서 박용근 CTO(KAIST 물리학과 교수)가 보여준 영상에서는 세포들이 영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확인됐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에 이용해 본 현미경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전 현미경이 시료를 단순히 확대해서 보던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광학(레이저, 빛) 기술이 접목돼 비침습적(피부를 관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질병 치료나 신약 개발, 반도체 공정서 결함 확인 등에 쓰는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암 수술용 디지털 생검 의료기기 전문기업 브이픽스메디칼은 지난달 21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의료기기 ‘시셀인비보(cCeLL-In vivo)’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시료의 초점과 일치하는 빛만 쓰는 방식인 공초점 현미경 기술을 적용해 기존에는 책상 크기 만큼 컸던 현미경을 데스크톱 정도 크기의 초소형으로 만들고, 이동성을 높였다. 특히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수준으로 작은 크기의 세포도 확인할 수 있게 해상도를 높여 뇌종양 치료 등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에 암 수술은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환자가 정상 장기까지 다 절제해야 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했다. 최근에는 환자 보호를 위해 최소 절제를 추구하지만, 정확한 암세포 판독을 위해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조직을 떼어내 병리과로 보내 확인하는 과정을 20~30분간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정확도는 80% 수준이었다. 이같은 절차는 수술을 하는 의료진은 물론 신경세포 영향 등을 우려하는 환자에게 부담을 주면서도 악성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브이픽스메디칼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안전성을 입증받은 인도시아닌그린(ICG) 염료를 몸속에 주입한 뒤, 장비를 이용해 레이저를 몸에 투과시켜 뇌종양과 뇌혈관 미세구조를 시각화할 수 있게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황경민 대표는 “암환자들은 암세포도 정확하게 확인해 수술을 받아야 하고, 악성화 정도에 따라 절제 또는 약물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며 “환자가 현미경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현미경을 환자에게 갖다 대는 개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의료기기를 응용하면 기기 형태 등을 맞춤형으로 변환시켜 다양한 종류의 암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암에 이미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승인받은 기기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고, 향후 뇌종양 분야를 넘어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韓 현미경 기술에 네이처 주목…홀로토모그래피 영역 확장
최근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로 인공장기(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약물 유효성 평가가 의무화된 가운데 현미경은 또 다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세포와 조직 뿐 아니라 인공장기(오가노이드)의 3차원 영상을 측정하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추세다. 홀로토모그래피 기술 사업화를 하는 토모큐브는 세포를 염색하거나 표지와 같은 화학·유전적 처리 없이 세포와 조직의 3차원 영상을 단 몇 초 만에 관찰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올해 4분기 상장을 앞두고 있다.
홀로토모그래피는 토모큐브 연구진이 발전시켜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덱스에서도 기술 현황과 활용분야를 정리해 소개한 신개념 현미경 기술이다. 기존 엑스레이 CT와 물리적인 원리는 같지만 X선을 이용해 사람 몸속을 보는 CT와는 달리 빛을 이용해 세포와 조직의 내부를 고해상도로 관찰하는 게 핵심이다.
박용근 CTO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CT는 사실 엄청난 기술의 집합체로 여러 장의 X레이를 찍은 뒤 컴퓨터로 합성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 영상을 이용한다”며 “홀로토모그래피는 이와 유사한 원리지만 X선이 아닌 빛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홀로토모그래피는 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인공장기가 화두인 가운데 세포, 조직, 장기 등을 모두 촬영해 독성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하드웨어기술은 정점에 이른 상태로, 앞으로 바이오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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