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와 달랐던 상생협력...네이버페이 ‘빠른정산’ 주목

이승균 2024. 9.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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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정산 서비스는 위험관리 기술에서 출발했다. 네이버페이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매출 개선은 물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경ESG] ESG Now

네이버 본사. 사진=뉴스1

티메프 사태로 네이버페이 ‘빠른정산’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배송 시작 다음 날 구매자에게 제품 배송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정산 대금의 100%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네이버페이 월 거래 건수가 3개월 연속 20건 이상, 반품률 20% 미만의 정상 판매자라면 추가 비용이나 부가 조건 없이 이용 가능하다.

빠른정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거나 현금 인출이 불가능한 타사 정산 서비스와 비교할 때 매우 간편하다. 금융감독원이 2024년 1월 네이버페이를 전자금융업권에서 유일하게 상생·협력 증진 우수 기관으로 선정한 것도 이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 소상공인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러나 초창기 서비스는 지금과 모습이 달랐다. 배송 시작 다음 날이 아닌 배송 완료 이후 이틀이 지나야 대금을 정산해줬다. 정산 대금도 전액이 아닌 90%에 불과했다. 2020년 11월 출시된 빠른정산 서비스가 위험 거래 탐지 시스템(FDS)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비정상 거래 및 위험 판매를 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시스템은 네이버페이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만나 진화한다.

위험 포착 기술, 상생 서비스로 진화

구체적으로 FDS는 거래 변동성과 위험성 두 항목, 7개 지표로 구성된다. 변동성 부문에는 사업 지속 기간, 매출 변동률, 구개 고객 변동률이 포함된다. 위험성 부문에는 불량 판매자(어뷰징, 노출 수위 조작을 위한 일체 행위), 자전 거래, 반품률, 비정상 거래 등 지표가 포함된다. 

회사는 그간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해 지표 평가를 한다. 거래 유형을 분류하고 패턴을 분석해 빠른정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판매자 신뢰성을 검증한다. 비정상 거래 징후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판독한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핵심 사업 부문인 페이(결제) 사업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고객(판매자) 서비스를 크게 개선한 것이다.


빠른정산 서비스는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정산일을 배송 완료가 아닌 배송 시작 다음 날로 변경하고 정산 대금도 100%로 확대했다. 빠른정산 유지 조건도 직전 월 주문 건수 10건 이상에서 직전 3개월 주문 건수 20건으로 완화했다. 2022년 10월에는 상품 배송비도 빠른정산에 포함했다.

이향철 네이버페이 책임리더는 “네이버페이의 우수한 FDS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 덕분에 빠른정산 서비스를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네이버페이는 가맹점과 상생하며 빠른정산 서비스 지원 효과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네이버페이는 빠른정산 서비스를 통해 매출과 사회공헌 외연을 모두 넓히고 있다. 2023년 7월부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한정된 빠른정산 서비스 대상을 업계 최초로 외부 온라인 몰인 주문형 가맹점까지 확대했고, 서비스 확대 5개월 만에 약 3600억 원을 외부 온라인 몰에 빠른정산으로 지급했다.

사회공헌, 매출 둘 다 잡아

네이버페이가 2020년 11월부터 시작한 빠른정산 서비스로 선지급한 정산 대금은 2024년 7월까지 40조 원에 달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월간 거래액의 약 46%가 빠른정산으로 선지급되고 있다. 빠른정산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98%는 영세·중소 사업자다. 회사는 소상공인에게 약 1800억 원의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길게는 두 달까지 긴 정산 주기로 대금을 받는 온라인 소상공인이 많이 이용하는 ‘선정산 대출’에 비춰보면, 빠른정산 서비스 금융 지원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재까지 빠른정산 서비스로 선지급받은 약 40조 원의 대금과 동일한 규모의 정산 대금이 선정산 대출로 취급되었다고 가정하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상당한 금융비용을 절약한 셈이다.

네이버페이가 막대한 낙전 수입을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사회공헌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2023년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59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9% 늘었다. 외부 결제액 증가에 따른 ‘페이 생태계의 지속적 확장’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프로젝트 꽃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네이버페이의 빠른정산 서비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정산 서비스가 네이버의 SME(소상공인) 풀케어 시스템의 일환이라서다. 네이버는 2016년 SME 및 창작자의 온라인 비즈니스와 자금 융통을 획기적으로 돕기 위해 사회공헌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을 선보였다.

이후 빠른정산 서비스를 선보인 이듬해인 2021년 SME 풀케어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했다. 네이버는 해당 시스템을 통해 소상공인의 온·오프라인 사업 시작부터 성공까지 필요한 자금 지원은 물론, 교육 등 성장 단계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스마트스토어와 스마트플레이스 입점 사업자를 위한 사업자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빠른정산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를 실시, 사업자에게 대출을 해준다. 이 밖에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위한 교환, 반품 배송 비용 보상 서비스 ‘반품안심케어’를 제공한다. 앞으로도 네이버의 데이터 기반 사회공헌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첨단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풀케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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