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벤처가 대형 사고쳤는데... 윤창현의 코스콤, 토큰증권 신사업에 우려의 시선
윤창현 전 국회의원이 4일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의 제20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코스콤은 윤창현 사장 선임 사실을 밝히며 토큰증권 신사업 등을 강조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윤 신임 사장이 코스콤을 자본시장 정보기술(IT) 선도기업을 넘어 디지털 금융 혁신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스콤은 토큰증권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스콤은 최근 코스콤 지배력 하에 있는 핀테크 기업이 초대형 사고를 터뜨려 구설수에 오른 처지다. 바로 600억~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미상환한 크로스파이낸스가 코스콤의 사내 벤처 출신 기업이다. 현재도 코스콤이 지분 33.52%를 들고 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협력사인 2차 전자결제업체(PG사) 루멘페이먼츠가 투자금을 상환하지 않아 자사 또한 피해자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은 크로스파이낸스 경영진이 협력사 관리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면서 크로스파이낸스는 물론, 코스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크로스가 큰 사고를 터뜨린 만큼, 코스콤 또한 서둘러 토큰증권 신사업을 벌이기보다 내부 통제 장치부터 제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윤 신임 사장이 관련 분야의 전문가인 것은 맞지만, 토큰증권이 난도가 높은 사업이니 직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돌다리 두드리듯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지난 3일 윤 신임 사장 선임 사실을 밝혔다. 코스콤 측은 “윤 신임 사장은 21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토큰증권발행(STO)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는 등 금융, 증권 분야의 굵직한 이슈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코스콤이 윤 신임 사장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역시나 신사업이다. 이달 중 토큰증권 신설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재발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사장이 있는 코스콤의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 사업 또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콤은 토큰증권 플랫폼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키움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공동플랫폼 지원 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코스콤은 다소 난처한 처지다. 크로스파이낸스 때문이다.
크로스파이낸스는 2017년 코스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온라인투자연계 대출(P2P 대출) 업체로, 코스콤 출신인 곽기웅 대표와 인지그룹 출신인 한승우 대표가 함께 경영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이 더 많은 인지그룹이지만, 코스콤은 공동기업투자란 이름으로 사실상의 관계사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공동기업투자는 둘 이상의 당사자가 공동으로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곽 대표와 한 대표 외의 임원진도 코스콤과 인지그룹 양측이 파견한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선정산 대출에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P2P 대출 형태로 ‘카드 매출 선정산 투자 상품’을 판매했다. 금융위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신청 후 사업을 개시한 신사업이었다. 선정산 대출은 카드 결제 등으로 제품을 판매한 소상공인이 정산 대금을 받기 전에 대출을 받고, 해당 정산금을 대출기관이 결제대행사(PG사)로부터 나중에 받는 구조다.
통상 카드 매출은 PG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돌려받는 데 문제가 없지만, 크로스파이낸스의 경우 협력사인 루멘페이먼츠가 사실상 매출채권을 위조한 경우로 알려졌다. 루멘페이먼츠 대표 김모씨는 최근 검찰 조사를 피해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크로스파이낸스 측은 크게 2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먼저 사업 구조상 PG사인 루멘페이먼츠와 선정산업체들이 단절돼 있어야 하나, 이들이 모두 김모씨가 설립한 사실상 한몸의 회사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하나 실수는 루멘페이먼츠의 평판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대형 PG사 관계자는 “루멘페이먼츠는 평판이 안 좋았고, 오랜 기간 사실상 영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업계 사람들에게 조금만 물어봐도 알 수 있었을 것인데, 크로스가 전혀 체크하지 않고 수백억원 대출을 몰아줬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단독] 크로스파이낸스, 선정산대출 600억원 상환 지연 사태 발생)
온투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는 온투법상 하나의 선정산업체에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데, 루멘 측은 여러 개의 선정산업체를 설립해 일반 투자자들이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했다”면서 “크로스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당연히 회사 측 실수”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이 전산망 관리라는, 비교적 순탄한 사업만 진행해 온 만큼 신사업 생태계라는 ‘정글’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고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토큰증권은 미술품, 특허, 음원 저작권 등 다양한 재료를 주식화해 매매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라 냉정히 말하면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터질 수 있는 업권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윤 신임 사장의 잘못은 당연히 아니지만, 다수 투자자가 코스콤 자회사라고 믿고 크로스에 투자했던 상황이라 도의적으로 조심할 시점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스콤 관계자는 “당사가 추진하고 있는 토큰증권 사업은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사업자들이 사용할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우려하는 토큰증권 발행 상품 관리는 코스콤이 직접 하지 않고, 이를 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업도 코스콤이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존 사업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크로스파이낸스 투자자들은 코스콤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금융감독원과 코스콤 본사 앞에서도 시위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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