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도 비타민D 토마토 허용되나…유전자 교정 작물 규제 없앨 법 개정 추진 [유전자가위 혁명]⑦
외부 유전자 없어 유전자 변형과 달라
최근 국내 연구진이 토마토에 외부 유전자를 넣지 않고 자체 유전자만 교정해 비타민D가 나오게 했다. 토마토만 먹으면 따로 비타민D 보충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약효 성분을 내는 유전자 교정 토마토가 시판됐다. 하지만 한국은 불가능하다. 유전자 교정 작물(GEO)이라도 세균 유전자를 주입한 유전자 변형 작물(GMO)과 같이 규제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소비자도 유전자 교정 작물을 만날 길이 열린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유전자 교정 작물을 유전자 변형 작물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번 주 중 발의한다고 5일 밝혔다. 통과되면 다른 나라처럼 생산성이 높고 건강성분을 보강한 고부가가치 작물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유전자 교정 작물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와 같은 원리를 적용해 원하는 성질의 종자를 만드는 유전자 공학 기술이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인 지플러스생명과학이 이미 이 방식으로 비타민D 토마토를 만들어 글로벌 종자 기업에 기술을 수출했다.
유전자 교정 작물은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주입해 만드는 유전자 변형 작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외부 유전자를 주입해 자연에서 절대 나타날 수 없는 형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유전자 교정 작물은 확률은 낮지만 자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이용하는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육종 시간을 단축한 것과 같다. 실제로 많은 해외 국가가 유전자 교정 작물을 유전자 변형 작물과 분리해서 규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한국은 유전자 교정 작물과 유전자 변형 작물에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한 예외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최 의원이 발의하는 법 개정안은 유전자 교정 작물에 유전자 변형 작물과 다른 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전자 교정 생물체’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된 만큼 위해성 심사와 같은 규제를 면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전자 교정 생물체는 직접 생물체 내부로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인 핵산을 주입하지 않은 방식, 핵산을 주입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그 핵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로 정의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과 함께 절단 위치를 알려주는 가이드 리보핵산(RNA)를 갖고 있다. 가이드 RNA는 유전자를 교정한 뒤에 분해된다. 따라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만든 유전자 교정 작물은 핵산을 주입하고도 그 핵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에 차질을 빚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을 전망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유전자 교정은 70조원 규모의 종자 시장, 30조원 규모의 세포유전자치료제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라며 “경제적 파급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한 규제 완화는 지난 국회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2년 정부입법을 통해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당시 개정안은 유전자 교정 작물을 유전자 변형 작물에 포함시키면서 일부 규제만 면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국내 종자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업계에서는 유전자 교정 작물을 유전자 변형 작물로 보는 이상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민 단체와 환경 단체도 유전자 교정 작물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반발해 개정안은 그대로 폐기됐다.
최 의원은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바이오경제 2.0을 발표한 만큼 국제 트렌드에 맞는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 대응, 식량안보 확보, 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산업 육성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는 법 개정 소식에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국내 유전자교정 관련 기업들이 모인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 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법안 개정은 국내 유전자 교정 산업이 발전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국회가 전문가들과 충분히 소통해 법안이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
- “트럼프 수혜주”… 10월 韓증시서 4조원 던진 외국인, 방산·조선은 담았다
- 가는 족족 공모가 깨지는데... “제값 받겠다”며 토스도 미국행
- 오뚜기, 25년 라면과자 ‘뿌셔뿌셔’ 라인업 강화… ‘열뿌셔뿌셔’ 매운맛 나온다
- [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 ‘꿈의 약’ 위고비는 생활 습관 고칠 좋은 기회... “단백질 식단·근력 운동 필요”
- 위기의 스타벅스, 재택근무 줄이고 우유 변경 무료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