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여전히 2배 넘게 올랐는데… 서학개미 절반 손실 구간
경기침체 우려 속에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서학개미 절반 이상이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고점에 들어갔다가 주가가 조정을 겪은 데다, 미 달러가 약세로 가면서 원화 강세로 환차손 부담도 커진 영향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30개 종목 가운데 25개는 여전히 지난해 말 대비 수익률이 플러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종목별 상황을 뜯어보면 투자자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인 경우가 많았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3일 뉴욕 나스닥에서 108달러에 정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9.53%(11.37달러) 내리면서 하루 시가총액이 역대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이란 꼬리표를 새로 달았다.
이날 낙폭에도 엔비디아의 올해 연중 주가 상승률은 124%에 달한다. 문제는 국내 엔비디아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엔비디아 주식을 산 7만3777명의 매수 중위값은 15만6837원이다. 엔비디아의 3일 종가(108달러)를 원화로 환산(환율 1343.2원 적용)하면 14만5066원으로 중위값보다 낮다. 엔비디아 보유자 절반 이상이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도 마찬가지다. 브로드컴의 올해 연중 주가 상승률은 41%로 준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브로드컴의 3일 종가(152.79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20만5228원으로, NH투자증권에서 브로드컴 주식을 산 4045명의 매수 중위값(22만1477원)보다 낮다. 브로드컴 보유자 중 수익 투자자보다 손실 투자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쿠팡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도 연중 주가 상승률은 플러스지만, 손실 투자자 비중이 5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자 뒤늦게 따라 샀다가 주가 하락에 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8월 5일 이른바 ‘검은 월요일’ 이후에도 미국 주식을 1억4630만달러(약 1960억원)어치 순매수 결제했다.
환율도 서학개미에게 불리해졌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300원으로 시작해 7월 1400원까지 치솟았다. 서학개미들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환율이 1340원 안팎까지 내리면서(원화 가치 상승) 환차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서학개미가 투자한 미국 주식의 원화 환산 가치가 줄어든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근처일 때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 주식을 산 경우, 현재 환율 기준 다시 원화로 바꾸면 5%가량 손해를 봐야 한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손실 투자자 비중이 더 컸다. 엔비디아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ETF ‘NVDL’의 3일 원화 환산 종가는 6만3547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NH투자증권에서 NVDL을 산 투자자 7923명 가운데 90% 이상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 ‘SOXL’ 역시 3일 원화 환산 종가가 4만390원으로 투자자 3만5689명 가운데 70% 안팎이 손실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통화 정책 변화, 경기 상황 등이 맞물려 당분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의 9월이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시장 분위기에 민감한 엔비디아 주가가 단기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오는 4분기에 지연된 (차세대 AI 반도체 칩) 블랙웰 판매가 시작되고 성장세를 증명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장기간 꾸준히 매수하는 투자 전략도 유효해 보인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올해 상승률이 20%로 엔비디아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 애플의 3일 종가(222.77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29만9225원이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애플 주식을 산 고객의 90%가 이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했다. 메타 플랫폼스 역시 3일 원화 기준 종가(511.76달러)가 68만7396원으로 투자자 가운데 95%가량이 수익 구간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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