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속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작정하고 세 봤더니…
19개 프로그램 중 10개서
음료 용기 노출 80% 이상
광고 등 목적 ‘과다 사용’
국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절반 이상이 과도하게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분석이 나왔다.
그린피스는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윤호영 교수 연구진과 함께 국내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예능 프로그램의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TV도 용기 내’ 보고서를 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음료 용기가 화면에 나온 프로그램 19개 중 10개에서 노출된 음료 용기의 80%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2023년 1~7월 사이 지상파 3사의 시청률 상위 100개 프로그램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인 ‘YOLO’(You Only Look Once)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이 사용됐다. 앞서 2020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이 기술을 활용해 해양에 버려진 중대형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시·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음료 용기 가운데 일회용 플라스틱 노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각각 95%인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과 SBS <골때리는 그녀들>이었다. 이어 KBS2 <불후의 명곡>이 94%, MBC <나 혼자 산다>가 93%로 높았다.
KBS2 <1박2일>은 출연진의 미션 수행 등을 위해 다수의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여러 차례 노출시킨 경우로 꼽혔다. <동상이몽2> <불후의 명곡> 등에서는 광고 등의 목적을 위해 특정 브랜드가 장시간 노출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반대로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 비율이 25%로 적은 편이었으며, 의도적으로 플라스틱을 배제한 것으로 판단되는 긍정적인 사례로 꼽혔다.
그린피스는 “국내 예능프로그램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자각 없이 노출하고 있었다”면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인간과 환경에 끼치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은 사용을 자제하는 문화 조성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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