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어떻게 8억 개 제품 정보를 문서화했나…'생성형 AI' 활용법[케이스 스터디]
전년 대비 8.5% 증가…증권가 전망 뛰어넘어
멤버십 매출, 16.0% 증가한 15억6800만달러
창고형 할인점인 샘스클럽 인기에 멤버십 흥행
AI 적용해 쇼핑시간 단축, 직원들 업무 만족도 제고
LLM 사용해 8억5000만개에 달하는 제품 정보 문서화
[케이스 스터디: 성공에서 배운다]
다시 ‘월마트’의 시대다. 미국 대형마트 체인인 월마트 주가는 파죽지세다. 1년 만에 50달러에서 75달러까지 올라섰다.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2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1693억 달러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월마트의 성과를 두고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인 월마트는 어떻게 이커머스 시대에도 아마존에 밀리지 않고 본업 경쟁력을 키웠을까. ‘생성형 AI’ 활용의 결과다. 월마트는 코로나 직후부터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이용자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유통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월마트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월마트, 증권가도 놀란 2분기 실적
월마트가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693억3500만 달러, 영업이익은 79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 8.5% 늘었다. 증권업계의 매출 전망치인 3.4%를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특히 멤버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0% 개선된 15억6800만 달러다. 월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샘스클럽의 영향이다. 월마트는 “샘스클럽 멤버십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2분기 말 기준 플러스(멤버십 명칭) 보급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6개월) 실적도 긍정적이다. 누적 매출은 3308억4300만 달러, 누적 영업이익은 147억8100만 달러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 9.0% 개선됐다.
◆ 활용 1. 쇼핑 시간 단축
월마트는 생성형 AI를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고객경험(CX) 개선과 동시에 데이터 품질 개선에 생성형 AI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밀런 CEO는 “우리는 일반 고객, 멤버십 회원, 직원들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완벽한 주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월마트는 고객과의 소통에 AI를 적용했다. 미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카테고리는 ‘식료품’이다. 장을 보는 게 대표적인 방문 목적이다. 이들의 대다수는 비슷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정기적으로 같은 제품을 재구매한다.
월마트는 ‘정기 구매 제품’에 주목했다. 고객이 통화 또는 문자로 쇼핑할 수 있도록 ‘AI 음성 쇼핑’을 도입해 제품 구매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매주 또는 매달 방문하는 단골 고객들이 더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AI를 적용한 것. 월마트 계정을 AI 스피커 또는 스마트폰에 연동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헤이 구글, OO 회사의 오렌지주스와 ㅁㅁ 회사의 식빵 하나 장바구니에 담아줘”라고 말하면 월마트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통해 사용자 음성을 해석해 제품을 알아서 찾아준다. NLP는 인간의 일상 언어를 AI가 알아서 해석하는 기술이다. 등록된 신용카드 정보를 활용해 앱에서 결제가 가능하고 집 앞까지 배송도 된다. 여기에 상품 추천도 한다. 고객이 홈파티 관련 검색을 하면 감자칩, 닭 날개, 탄산음료 등 파티와 관련된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AI를 통해 제품 추천 기능을 적용시켰다.
또 이전 구매 이력을 활용해 브랜드 선호도까지 파악한다. 자연어 이해(NLU) 기술로 질문의 맥락(새로운 질의의 시작인지 기존 질의의 연속인지 등)과 고객의 요구 사항도 파악한다.
문자 주문 기능인 ‘텍스트 투 숍(Text to Shop)’ 기능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도 월마트는 음성 주문과 동일한 대화형 AI 플랫폼을 적용했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 최고경영자(CEO)는 “상품 종류가 확대되면서 생성형 AI와 같은 새로운 도구를 사용해 검색 기능을 개선해 고품질의 서비스를 보여줄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계절, 기간, 시간대 등에 따라 고객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활용 2. 고객만? NO! 직원도!
월마트의 성공은 고객과 동시에 직원에게도 집중한 결과다. 고객 편의를 개선한 다음 직원들을 위한 AI 음성인식 서비스 ‘애스크 샘(ASK SAM)’을 선보인 이유다.
월마트는 2020년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스크 샘을 공개했다.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하나의 앱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직원들이 애스크 샘 서비스를 통해 제품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세일 정보를 찾고 내부 관계자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직원들이 음성으로 질문하면 △지도 저장 △가격 조회 △제품 찾기 △이메일 확인 △매장 판매 정보 △판촉 정보 △생일 및 기념일 확인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과거 평사원이 모르는 부분을 확인할 때 점포 매니저 또는 지점장 등의 답을 기다려야 했지만 애스크 샘 도입 이후에는 실시간으로 답변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빠른 고객 응대가 가능해졌다.
특히 애스크 샘 앱은 머신러닝 기반으로 구축돼 사용할수록 데이터가 많아져 정확도가 높아진다. 월마트는 자주 하는 질문 등을 관리해 앱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매장의 운영 방식을 실시간으로 조율한다.
존 알퍼니스 월마트 미국 최고상품책임자(CPO)는 “우리는 고객이 주문의 복잡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이 모든 것의 마법이 자연스럽고 유연하며 마찰이 없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활용 3. 사라진 ‘보물찾기’
생성형 AI는 제품 관리 효율을 끌어올렸다. 더 이상 ‘보물찾기’ 하듯 제품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월마트는 거대언어모델(LLM)로 8억5000만 개에 달하는 제품 정보를 문서화했다. LLM은 텍스트 생성, 언어 번역, 문서 처리 및 정리 등에 활용되는 AI 기술이다. 맥밀런 CEO는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직원 수의 100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AI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월마트의 전 세계 직원 수는 210만 명에 달한다.
제품이 선반에 없는 경우 AI를 활용해 몇 분 내로 공급업체의 재고가 없는 것인지, 제품이 매장으로 오고 있는 중인지, 선반에는 없지만 매장 창고에는 있는지, 아니면 지금 막 선반으로 옮겨지고 있는 중인지 등 제품의 실시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고객이 찾기 전에 먼저 제품을 선보인다. 존 퍼너 CEO에 따르면 월마트 AI는 고객 데이터를 제품 데이터와 결합해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 AI 스스로 특정 제품이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인지를 판단한다.
소매 컨설팅 회사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전무는 “월마트가 생성형 AI 분야의 선두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평균치를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요할 경우 자체 개발 언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 엄청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AI 관련 기업 컨설턴트인 톰 타울리는 “생성형 AI는 일반적인 단어 매칭을 넘어 더 복잡한 연결도 가능하다”며 “이 기술을 도입한 월마트는 미래 소매업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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