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에 금·동 노다지가?…열수광상 광물자원 형성 메커니즘 밝혔다

박정연 기자 2024. 9.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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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수광상에서 해저 광물자원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이 시료 분석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규명됐다.

해저 열수광상이 광물자원의 창고로 주목받은 것은 남서태평양 라우 후호분지의 파투카파 화산에서 금이 발견되면서다.

연구팀은 마그마의 황화물이 마그마가 모이는 곳의 상부로 부유할 때 이곳에서 형성된 금과 동이 해저 열수광상으로 운반될 수 있다는 이론에 주목했다.

파투카파 화산 아래에 형성된 열수광상은 이러한 섬 화산호의 조건과 부합하면서 더 많은 금과 동 광물자원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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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서울대 황지원 박사가 백금족 원소 추출을 위해 니켈황화재분석법을 사용해 실험하고 있다. 박정우 교수 제공

열수광상에서 해저 광물자원이 형성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시료 분석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규명됐다. 전기 전도도가 우수해 산업계에서 수요가 높은 금과 동이 어떤 지질 작용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메커니즘은 광물자원이 풍부한 해저 열수광상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육상에서 얻을 수 있는 광물자원이 한정적인 만큼 우주에서 새로운 광물의 보고를 찾아 나서려는 노력이 활발한 가운데 해저가 새로운 광물자원의 보고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마그마에서 부유하는 황화물이 금과 동을 해저 열수광상으로 운반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와 환경'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뜨거운 물이 작용해 유용한 광물이 형성되는 열수광상은 그간 해저 광물자원의 원천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앞선 연구를 통해 일종의 해저산맥인 중앙해령이나 화산호의 뒤쪽에 발달하는 분지(후호분지)에선 금이 풍부한 해저 열수광상이 형성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 열수광상이 광물자원의 창고로 다시 주목받은 것은 남서태평양 라우 후호분지의 파투카파 화산에서 금이 발견되면서다. 이론적으로 금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여겨진 곳에서 대량의 금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파투카파 화산에서 '금광'이 발견된 이후 어떻게 이곳에 금이 축적됐는지 알기 위한 학계의 연구가 본격화됐다.

연구팀은 마그마의 황화물이 마그마가 모이는 곳의 상부로 부유할 때 이곳에서 형성된 금과 동이 해저 열수광상으로 운반될 수 있다는 이론에 주목했다. 파투카파 화산암의 샘플을 실제로 채취해 분석했다.

마이크로미터(µm·100만 분의 1m) 크기의 황화물과 기체의 결합체를 암석 안에서 발견한 연구진은 분석 장비를 이용해 직접 분석했다. 마그마에 존재하는 기체와 황화물이 만났을 때 이들은 서로 딱 달라붙게 되며 이러한 작용이 발생할 때 상승 및 부유한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두번째 증거로은 황화물과 기체가 결합하면서 원래는 이보다 밀도가 낮은 액체 상태의 마그마(규산염질 액체)의 상부로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

ppb(물질의 농도 단위로 1ppb는 10억 분의 1) 미만의 원소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고도의 전처리 작업이 이뤄졌다. 화합물을 화학적으로 분리해 동위 원소의 비율을 측정하는 동위원소희석법과, 니켈황화재분석법을 통해 채취한 샘플의 성분 분석을 통해 실제 기체와 황화물이 같은 시기에 결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서태평양에 있는 파투카파 화산의 해저면에서 해양탐사를 통해 시료를 채취하고 시료를 한국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선 해외기관 연구자들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

서울대 오를뤼안 진보인 박사후연구원이 백금족 원소 추출을 위하여 실험하고 있다. 박정우 교수 제공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마그마 황화물이 실제로 부유하며 금과 동을 해저 열수광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것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지각의 두께가 얇은 섬 화산호에선 황화물의 부유가 발생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섬 화산호는 해양판이 다른 해양판이나 대륙판 아래로 섭입될 때 형성되는 화산섬들의 띠다. 두 판이 충돌하면서 하나의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때 생긴 고온과 고압의 환경에서 마그마가 생성돼 해저로 올라오며 화산 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파투카파 화산 아래에 형성된 열수광상은 이러한 섬 화산호의 조건과 부합하면서 더 많은 금과 동 광물자원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해저에 금이나 동이 유독 많이 형성되는 지역이 있었는데 그 정확한 원인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자연계에서 채취한 샘플을 통해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메커니즘을 실제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그러면서 해저에 존재하는 광물자원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 기대했다. 박 교수는 "동 같은 경우에는 광산 회사에서 더 이상 생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으로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자원의 원천으로 달이나 소행성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해저는 이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해저는 광물자원의 보고로써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많은 국가들이 해저 자원에 주목해야 하는 흐름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업자들이 해저 암석을 추출하고 있다. 박정우 교수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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