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정상화에도 반등 실패…일자리 3년반래 최저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전일 급락세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7월 일자리 보고서(Jolts)가 3년 반 만에 최저치 지표를 내놓으면서 약세를 면하지 못한 채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경기침체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가운데 이달 중순으로 예고된 금리인하와 그 이후의 파장을 주의 깊게 예측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8.04포인트(0.09%) 상승한 40,974.97을 기록했다. 그러나 S&P 500 지수는 8.86포인트(0.16%) 내린 5520.07을 나타냈다. 나스닥은 5.2포인트(0.3%) 급락해 지수는 17,084.3에 마감했다.
전일 9% 넘게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반등을 노렸지만 미국 법무부가 소환장을 보냈다는 보도로 인해 다시 1.66% 떨어졌다. 하지만 전일 동반 급락했던 AMD는 2.87% 올랐고, 테슬라도 4.18% 반등에 성공했다.
7주마다 나오는 베이지북에서 연준은 12개 경제권역 대부분이 평탄하거나 감소하는 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고용주들은 수요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한 경제 전망을 이유로 채용을 더 신중하게 고용을 선택했고 인력을 늘릴 가능성이 적었다"며 "따라서 구직자들은 점점 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기술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 데이터를 9월 17-18일에 열리는 정책 회의에 반영해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이사회 임원들은 노동시장의 지표로서 이 보고서(Jolts)를 주의 깊게 본다.
인디드 하이어링랩 경제 연구 책임자인 닉 번커는 "노동시장은 더 이상 팬데믹 이전 온도로 냉각되지 않고, 그 이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 공석이 감소했고, 해고도 6월 대비 20만 2000명 증가한 176만명으로 늘었다. 총 해고는 33만 6000명 증가해 노동력의 비율로서 해고율이 3.4%까지 올랐다.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은 17만 8000개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사립 교육 및 의료 서비스는 19만 6000개 감소했고, 무역, 운송 및 유틸리티는 15만 7000개 줄었다. 몇 년 간 일자리 증가의 주요 원천이던 정부는 9만 2000개 감소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예산안 청사진을 밝히며 이른바 부자증세와 관련해 최고 자본 이득 세율을 20%에서 28%로 인상하는 것과 3.8%의 투자 소득세를 5%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현재 23.8% 최고 세율을 거의 두 배인 44.6%로 인상하고 자본 이득에 일반 소득과 거의 같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측은 바이든보다 최고 자본 이득세율을 더 적게 인상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논의되는 수준은 44.6%에서 적잖게 후퇴한 33% 정도다. 부자들의 반발이 거세어지고, 상대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공산당 동지라고 조롱하는 것을 의식한 결과로도 보인다. 지지 유권자 층을 성공한 중도좌파 자본가들로도 더 넓히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해리스의 고문들은 보다 온건한 세율 인상이 중소기업 기업가 정신과 자본 접근성에 대한 투자를 더 잘 장려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33%라도 최고 자본 이득세율은 197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어떤 계획이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내년에 민주당이 하원, 상원, 백악관을 장악하더라도 급진적인 세율 인상은 유력자들의 큰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현행 미국의 최고 장기 자본 이득세율은 23.8%이다. 20%에 투자 소득 이익에 3.8% 세금을 더한 것이다. 이는 납세자가 자산을 매각하거나 이익을 실현할 때만 부과되며, 실현되지 않은 이익은 상속인에게 이전되면 소득세를 피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부자가 사망할 경우 1인당 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순자산이 1억 달러를 초과하는 사람의 경우 생전에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증세안을 구상했다. 이에 따라 해리스의 세율 변경은 반드시 구조적 변화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거나 바이든의 제안을 무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신일본제철이 피츠버그에 있는 자사의 오래된 제철소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약 30억 달러는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거래가 무산되면 우리는 자본 부족으로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버릿 CEO는 신일본제철과의 거래에 대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사실상 벼랑 끝 현실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거래에 대해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는 "US스틸은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어야 한다"며 사실상 매각 반대의사를 밝혔다. 해리스 이전에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이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여러 국회의원들도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US스틸 노조가 반대 주장을 펼치자 이들의 표심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버릿 CEO는 그러나 수개월간의 입찰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인수자로 발표된 신일본제철이 국가간 거래의 위험과 정치논리에 의해 자본공여를 포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141억 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 게리에 있는 US스틸의 오래된 공장과 피츠버그 근처의 몬밸리웍스에 최신 제강 기술을 도입한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버릿 CEO는 이 떄문에 대안이 전혀 없는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에 대해 "당혹스럽고 혼란스럽다"고 묘사했다.
US스틸은 이날 피츠버그 본사에서 직원들을 모아 신일본제철과의 거래 이점을 홍보할 예정이다. 신일본제철은 대규모 투자 이후에도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계획인데, 노조는 대량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US스틸 노조는 "버릿 CEO의 공장폐쇄 위협은 회사의 나쁜 경영과 신일본제철과의 잘못된 합병 문제에서 노조의 주의를 돌리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 거래를 통해 신일본제철이 US스틸의 운영을 약화시켜 일본의 철강 공장에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버릿 CEO의 무모한 발언과 잘못된 관리가 US스틸의 유일한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반대가 심해지자 세계 4위의 강철 생산업체인 신일본제철은 지난주에 US스틸에 대한 국내 투자를 늘리고, 2026년까지 시간당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US스틸은 2020년부터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 제철소 일부를 가동 중단해 노조 인력을 약 4000명이나 줄였다. 이 회사는 2021년에 아칸소에 비노조 근로자가 근무하는 새 제철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몬밸리 공장의 업그레이드도 취소했다. 회사는 해당 제철소의 생산 용량을 연간 600만 톤으로 두 배 늘리고 있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 거래를 차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US스틸 주가는 이날 17.47% 폭락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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