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8男아시아] “기회는 분명 온다” 정승원 감독의 깜짝 카드 이제원 ‘적중’
[점프볼=서호민 기자] 경기 초반부터 주축 포워드진의 컨디션 난조와 파울트러블이라는 변수를 맞이한 U18남자농구대표팀. 이 때 정승원 감독이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이제원(휘문고3, 196cm,F). 그리고 이제원(22분 출전, 21점 2리바운드 3점슛 3개 FG 6/12)은 정승원 감독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승원 감독은 이날 벤치에서 나와 깜짝 활약을 선보인 이제원을 언급하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제원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 이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컨디션이 안 좋거나 출전 시간 적은 선수들도 주눅들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기회는 분명 온다”라는 뼈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Q. 먼저 조 1위로 8강 진출 축하한다. 이란전 경기 총평을 한다면?
오늘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잘 뛰어줬다. 초반에 주축 선수들이 일찍 파울 트러블에 걸렸고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들도 있었는데 벤치에서 시작했던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덧붙여 판정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초반에 심판이 경기를 만드려 하는건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중동 텃세를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는데... 선수들에게는 전반 마치고 심판은 어차피 우리의 편이 아니다. 심판 판정에 개의치 말고 나중에 졌을 때 심판 때문에 졌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확실하게 우리의 경기를 보여주자고 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3쿼터에 집중력 있게 잘해줬다.
Q. 실제로 겪어본 이란은 어떤 팀이었나?
주축인 살라르 타헤리(10번)도 그렇고 무하마드 마헤리 헤이다리(11번)도 기능적인 면은 좋은 선수들이다. 다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조직력이 덜 맞춰진 느낌이었다. 팀적으로 융화되는 부분은 우리가 이란보다 더 앞서지 않았나 싶다. 또, 타헤리, 헤이다리 두 선수에 대한 수비도 잘 이뤄졌다. 헤이다리는 앞선에서 우리 수비수들이 강하게 압박 수비를 가하면서 자꾸 괴롭히니까 나중에는 짜증내고 자포자기하더라.
Q. 승부처는 3쿼터였다. 특히 수비로 흐름을 빼앗아 온 것이 주효했다
이란 전에 쓰려던 수비 전술이 몇 개 있다. 오늘은 트랩, 지역방어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경기를 운영했던 것 같다. 사실 지역방어의 경우, 원래 3-2지역방어를 중점적으로 쓰려고 했다. 3-2지역방어의 핵심축은 박정웅과 위진석, 에디 다니엘이다. 그런데 오늘 박정웅의 컨디션이 다른 날보다 좋지 않았고 위진석과 에디 다니엘은 일찍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그래서 2-3지역방어로 바꿨는데 앞선에서 손유찬과 양종윤이 강하게 압박 수비하면서 상대 볼 흐름 잘 차단해줬다.
Q. 예선 1, 2차전에 비해 이제원이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이제원, 김정현, 장혁준 등 벤치에서 나온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주도해줬다. 이제원은 원래는 2번 아니면 3번으로 썼는데 오늘은 이란의 높이에 대비해 4번으로 기용했다. 포워드 중에서는 신장(196cm)이 제일 크기도 하다. 4번으로 기용하니까 상대는 슛이 없는 선수인 줄 알고 슛 체크를 잘 하지 않더라. 하지만 이제원은 기본적으로 슈팅 능력이 갖춰진 선수다. 상대가 자신을 잘 파악하지 못한 점을 활용해 외곽에서 편하게 슛을 잘 쏘지 않았나 싶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하드웨어도 좋은 선수다. 다만, 그동안 적극성, 에너지가 조금 떨어졌었는데 국내에서 한달 간 훈련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봤다. 이제원을 기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배경한, 유성호 코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혼자서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 배경한, 유성호 코치가 적극 추천해줬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Q. 8강 직행으로 이틀 간의 휴식 시간을 벌게 됐다. 휴식 시간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휴식을 취하면서 선수들 몸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다. 그러고 나서 8강전에서 맞붙을 상대 팀이 정해지면 전력 분석을 맡고 있는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주신 영상, 자료를 토대로 전력 분석을 하려고 한다.
Q. 시차, 음식 등 환경에는 잘 적응하고 있나
지난 번 인터뷰에서도 말했었지만 다른 팀보다 하루 먼저 요르단에 입성한 게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됐다. 사실 금전적인 문제도 걸려있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대한민국농구협회와 중고농구연맹에서 도움을 주셨고 하루 빨리 들어온 덕분에 시차 적응을 일찍 마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연령별 국제대회를 몇 번 다녀봤지만 이렇게 한국 음식을 많이 싸온 건 처음인 것 같다(웃음). 선수 학부모님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셨고 또 호텔 음식도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다. 현지 적응은 잘하고 있다. 아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 오늘 경기장에 요르단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분들께서 응원을 와주셨고 교민들도 많이 와주셔서 응원해주셨다. 이분들께도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월드컵 티켓이 걸린 4강까지 1승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소집 첫날부터 지금까지 누구 할거 없이 너무 잘해주고 있고 또 원팀이 돼서 다같이 따라와주는 모습을 보니 고맙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출전 시간이 적은 선수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고 역할도 부여하고 싶지만 농구라는 종목이 팀 스포츠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있어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다같이 하는 농구를 했다. 다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다. 또, 이제원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 이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컨디션이 안 좋거나 출전 시간 적은 선수들도 주눅들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기회는 분명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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