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757억·823억·1200억…바이오 유증 딜레마

김도윤 기자 2024. 9. 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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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에서 대규모 유상증자(유증) '폭탄'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주 대상 유증이 잇따르면서 바이오 투자자의 시름이 깊다.

일각에선 바이오 기업의 유증 릴레이가 바이오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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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7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제약 분야 종합 컨벤션 '2024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 현장 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바이오 업계에서 대규모 유상증자(유증) '폭탄'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주 대상 유증이 잇따르면서 바이오 투자자의 시름이 깊다. 일각에선 바이오 기업의 유증 릴레이가 바이오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오플로우와 펩트론, 에스티큐브 등이 대규모 주주 대상 유증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티큐브는 약 757억원, 이오플로우는 약 832억원, 펩트론은 약 12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주주 대상으로 발행한다. 조달 자금은 대부분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채무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납입일 기준) HLB생명과학도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732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증을 실시했다.

물론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필수적이다. 유증을 결정한 각 기업의 속내도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증자라면 무작정 손가락질하기 어렵다.

하지만 IPO(기업공개) 당시 약속한 흑자전환 시점을 한참 넘겨 수년간 적자를 지속하는 기업이 존폐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매번 주주들의 손을 빌린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더구나 주주 배정 유증은 자금조달의 마지막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제3의 특정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려우니 주주들의 쌈짓돈을 빌리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주가 하락에 시달리다 울며 겨자 먹기로 또 주머니를 벌려야 하는 주주의 아픔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더 문제는 앞으로 유증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이 한둘이 아니란 데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A기업이 CB(전환사채)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막기 위해 유증이 불가피하다" "B기업이 운영자금이 바닥나 유증을 준비하고 있다" 등 이야기가 오간다. 그만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데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바이오가 적지 않단 의미다. 이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주주 배정 유증이 거의 유일하다. 바이오 투자자라면 기업의 현금 유동성과 재무건전성, 채무 규모 등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지금 K-바이오는 회생의 갈림길에 섰다. 2021년부터 시작한 바이오 투자 외면 기조 속 수많은 기업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으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제야 글로벌 금리 인하 분위기와 주요 기업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등으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유증 행진이 바이오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다.

대규모 주주 대상 유증을 결정한 바이오 기업은 뼈를 깎는 자세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자금 조달로 기업 운영의 숨통이 텄단 이유로 안주해선 안 된다. 주주들의 소중한 돈으로 회생의 기회를 얻은 만큼 기술 고도화와 상업화 등 성과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유증 뒤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다면 K-바이오의 위상을 떨어트리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단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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