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을 '최하위'로 평가한 OECD의 이상한 보고서 [정한울의 한국사람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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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대한 오해④
한국 여성 최하위 평가한 OECD
비교불가능 데이터 인용했기 때문
국제기관 통계도 맹신해선 안 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년 발간하는 2024 OECD 사회지표 보고서(Society at a Glance 2024)에 한국 여성의 가정폭력 인식에 대해 충격적 결과가 포함됐다. 보고서에 실린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에 대해 한국 여성들이 다른 나라 여성에 비해 묵인(condone)하거나 사회적으로 수용(social acceptance)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15-49세 여성의 여성폭력 묵인율 : OECD 평균 9.6%, 한국 40.1%?
OECD는 각국의 15-49세 여성 응답자들의 여성에 대한 남성폭력 묵인 비율을 비교한 결과, 10명 중 1명(9.6%)에 그쳤다고 밝혔다. 덴마크(0.0%), 벨기에(2.5%), 독일(2.5%), 포르투갈(2.5%), 오스트리아(4.0%) 등 서유럽 국가들이 가장 낮았다. 그리스(5.0%), 호주(6.8%), 네덜란드(7.1%), 일본(7.8%)은 중간 수준었다. 그런데 한국 여성들의 묵인 비율은 무려 40.1%다. OECD에서도 상대적으로 묵인 비율이 높은 편인 스웨덴(13.1%), 캐나다(13.6%), 미국(13.9%)은 물론 칠레(31.3%), 멕시코(31.8%)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묵인 비율이 정말 높은 걸까?
비교지표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보고서는 해당 데이터가 세계보건기구(WHO·GID-DD 2023) 자료에 근거하고 있으며,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와 유로바로미터조사(Euro barometer조사)를 활용하여 누락된 자료를 보완한 결과라고 한다.
의문점은 세 가지다. 첫째, 두 다른 소스의 데이터를 가공한 결과라는 점이다. 둘째, 그럼에도 양 데이터의 몇 년도 데이터 몇 번 문항의 자료를 어떻게 보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셋째, 해당 데이터와 질문들을 추적해보면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인지 갸우뚱해진다.
국별 비교가 어려운 원래 데이터
세계가치조사의 경우, 여러 상황별로 1점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Never justifiable)'는 응답부터 10점 '모든 경우에 대해 항상 정당화된다(always justifiable)'가 주어진다. '남자가 자기 부인을 때리는 것(For a man to beat his wife)'에 대한 응답 결과도 같은 방식으로 작성됐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15-49세 여성의 묵인율 41.1%는 해당 조사에서 응답 1점(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부분(58.9%)이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OECD의 공식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필자 추정이 맞다면 1번(절대로 정당화 안 된다)을 뺀 2~10번까지의 응답을 묶어 폭력을 '용인'한 것으로 분류해도 될지 의문이다. 2~4번 응답도 여성 폭력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바로미터조사는 2016년 특별판인 젠더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 보고서 데이터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유로바로미터조사의 수치는 ①모든 환경에서 수용할 만하다(acceptable in all circumstances) ②특정 상황에서는 수용할 수 있다(acceptable in certain circumstances) ③수용할 수 없지만 항상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unacceptable but always should not be punished by law) ④수용할 수 없으며 항상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unacceptable and should punished by law) ⑤기타 보기 중 1번과 2번을 합한 비율이라고 밝혔다.
세계가치조사와 유로바로미터조사는 상이한 질문 방식과 척도를 가지고 있는 질문이다. 상이한 구조와 척도의 문항을 비교할 보정의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아쉽게도 OECD보고서만으로는 찾기 어렵다.
OECD 등 국제 데이터 맹신은 금물
OECD 보고서가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조사 시점은 2018년이다. 한국에서 미투운동이 거셌고, 페미니즘에 대한 역풍도 불기 이전이다. 여성 인권,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15-49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한국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수용적이라는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두 개의 다른 데이터 소스와 문항 구조가 다른 응답을 조작하여 발표하면서도,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보정했는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국제비교 데이터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필자의 과문함과 미숙한 추리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최소한 이 보고서로 인한 혼란의 책임은 OECD에 있다. OECD 등 해외 공신력 있는 기관의 데이터도 비판적으로 수용할 안목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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