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마냥 "복귀한 그 의사, 죽인 환자 많음"…의협은 뒷짐만

박정렬 기자 2024. 9. 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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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을 지키는 복귀 전공의와 전임의, 군의관, 공보의를 비롯해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 등 2400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복귀 전공의, 병원의 전임의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 명단'이 의사 커뮤니티 플랫폼인 '메디스테프'와 텔레그램 채팅방을 거쳐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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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의료 현장을 지키는 복귀 전공의와 전임의, 군의관, 공보의를 비롯해 학교에 복귀한 의대생 등 2400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이름, 학번, 근무지 등 개인정보를 넘어 범죄 사실, 연예 관계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면서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회원 보호를 우선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작성자 역시 의사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복귀 전공의, 병원의 전임의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 명단'이 의사 커뮤니티 플랫폼인 '메디스테프'와 텔레그램 채팅방을 거쳐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제목에 '감사한'이란 표현은 의료 현장의 의사와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을 비꼬는 표현이다.

아카이브는 웹페이지 캡처본을 보관하는 사이트로 원래 게시물을 삭제, 수정해도 기존 내용을 영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메디스테프, 텔레그램과 달리 '인증' 없이 누구나 접속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제보'를 받아 매주 토요일 블랙리스트를 추가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0일과 비교해 31일 업데이트된 전공의 명단은 서울대병원이 12명에서 32명, 서울성모병원은 6명에서 58명으로 증가하는 등 약 800명으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전공의 1197명(2일 기준)이 일하는데 3명 중 2명이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아카이브 사이트에 올라온 '감사한 의사' 목차. 매주 업데이트 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상단에 "범죄 위주로 많은 제보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사진=웹페이지 캡처

블랙리스트 전임의도 삼성서울병원이 75명에서 111명으로 증가하는 등 총 12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촉탁의는 5명에서 54명으로 증가했고 앞서 명단에 없던 군의관 29명, 공보의 26명 등도 추가됐다. 의대생도 220여명에 달하는 등 블랙리스트의 '몸집'이 보름 만에 두 배가량 불어난 상황이다.

작성자는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전임의에게 사직 후 이를 인증하면 명단에서 빼주겠다며 "술 먹고 여자 동기에게 스킨십과 성희롱" "죽인 환자가 많음" 등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마치 '사이버 렉카'처럼 퍼트려 의사들을 협박·조롱하고 있다.

지난 3월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메디스태프에 게시된 '전공의 블랙리스트' 관련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와 대한의사협회 및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회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협은 전체 의사 수의 2%에 해당할 만큼 상당한 의사(의대생)가 포함된 블랙리스트는 아무런 제재나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 리스트에 대해서는 현황을 파악하고는 있다"며 "그런데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회원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대로 블랙리스트가 유지·확장되면 의사 이탈을 유발해 응급실을 비롯해 배후 진료에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현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뢰받아 해외 공조를 통해 작성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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