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타율 5할 5푼인데 묻어간다고?…‘겸손 한도 초과’ 베테랑

배재흥 기자 2024. 9. 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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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 I KIA 타이거즈 제공



KIA의 주전 2루수 김선빈(35)은 3일 광주 LG전에서 7-5로 승리한 후 “동료 타자들이 워낙 잘해서 저는 그냥 묻어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시즌 KIA 타선엔 국내 선수 최초 40홈런-40도루에 도전 중인 김도영, 최고령 단일 시즌 100타점을 달성한 최형우 등 존재감이 대형 타자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묻어간다”는 김선빈의 말은 겸손에 가깝다. 8월 이후 그의 타격감은 KIA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는 수준이다.

KIA는 이날 LG를 꺾고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매직 넘버를 ‘11’로 줄였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김선빈이었다. 그는 1-1 동점이던 4회말 1사 2·3루에서 LG 선발 에르난데스의 초구 슬라이더를 때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뒤 “김선빈이 결승 타점을 올리면서 좋은 활약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선빈은 이날까지 106경기 타율 0.312, 8홈런, 49타점, OPS 0.794의 성적을 거뒀다. 화려하진 않지만 늘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김선빈다운 성적표다. 부침이 없진 않았다. 7월 22경기에서 타율 0.233을 기록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시즌 타율도 0.283까지 추락했다. 김선빈은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단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8월 이후 김선빈의 타격감은 놀라운 수준이다. 24경기 타율 0.402, 15타점, OPS 0.915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550(20타수 11안타)으로, 적어도 이 기간 만큼은 KIA의 해결사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선빈은 “기록은 좋지만, 컨디션 자체가 좋은 편은 아니다”며 “정타만 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빈은 KIA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번(2009·2017년) 경험한 베테랑이다. 프로 2년 차였던 2009년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중참’이던 2017년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본인의 손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김선빈은 “아직 정규리그 1위를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을 놓지 않았다”며 “중요한 경기를 연이어 치르고 있어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선수들 모두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김선빈은 올해 개인 기록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2할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회복한 것도 관심사가 아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도전해보고 싶은 기록이 있다. ‘두 자릿수 홈런’이다. 종전 한 시즌 최다 홈런이 5개였던 김선빈은 이미 홈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남은 경기에서 2개만 보태면 데뷔 첫 10홈런을 달성한다.

김선빈은 “욕심은 없다”면서도 “1위가 확정되면 한 번 해볼 만 할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광주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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