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표심 의식한 해리스의 우클릭?…“전기차 의무화 지지 안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9. 5.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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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땐 ‘탄소배출 제로 차량 판매 의무화’ 공약
최근엔 프래킹 반대에서 ‘반대안해’ 선회
바이든 경제 정책 거리두고 중도층 표심 공략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 생산 의무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과거 해리스는 수차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 생산 의무화 법안을 발의하거나 비슷한 취지의 대선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 지역)에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 밀집한 점을 의식해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해리스 대선 캠프는 최근 공화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팩트 체크’ 이메일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mandate)를 지지하지 않는다”라며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은 ‘해리스가 모든 미국인이 전기차를 소유하도록 강제하길 원한다’는 등 허위 발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액시오스는 “그러나 캠프는 (전기차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권 초부터 전기차 육성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에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 UAW(전미자동차노조) 등이 대규모 파업을 잇따라 벌였다. 전기차 전환 의무화 정책이 기존 내연차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러스트 벨트에서 세력이 강한 UAW 등은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유보하겠다”고도 했었다. 바이든으로선 친환경 에너지 확대 등의 정책 성과를 위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수도, 그렇다고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을 외면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한동안 놓여 있었다.

주요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가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상황에서 해리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리스는 2019년 상원의원 시절엔 2040년까지 미국에서 신규 판매되는 승용차의 100%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었다. 이는 사실상 전기차 전환 의무화로 받아들여졌다.

해리스는 2020년 대선 경선에서도 ‘탄소 배출 제로’ 차량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2035년에는 100%로 올리는 공약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이런 행보와 달리 분명한 전기차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해리스와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최근엔 “전기차를 부분적으로 지지한다”며 발언 수위를 한층 낮췄다.

해리스는 2020년 대선에선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프래킹(고압의 액체로 암석을 파쇄하는 셰일가스 추출 기술)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불법 이민을 범죄화하지 않겠다는 등의 공약도 내놨다. 그러나 이번 대선 후보로 등판한 이후엔 당시의 공약들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클릭’은 결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도층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언론들은 “해리스가 과거 추구했던 정책과 관련해 지금은 어떤 입장으로 바뀌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공화당 측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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