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컴으로 ‘미래 에너지원’ SMR 실험… 5년내 최신 기술 갖는다

박지민 기자 2024. 9. 5. 0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연구단
지난 3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율운전연구실에서 조윤제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전략연구단장과 연구원들이 원전 시뮬레이터를 가동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지난달 27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율운전연구실. 가로 4m, 세로 2m 크기 대형 스크린에 고리 3호기의 주요 기기들이 늘어섰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이 증기 발생기,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 등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나타났다. 이는 원전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시뮬레이터 시설로, 운전원 3명이 화면과 연결된 PC로 가상의 원전을 운전해볼 수 있다. 이 공간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가상원자로’ 개발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조윤제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전략연구단장은 “이 같은 공간에서 여러 대의 SMR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정확하고 빠르게 SMR을 개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SMR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SMR은 노심과 증기 발생기, 가압기 등 원전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모듈에 담은 소형 원자로로, 발전량은 300메가와트(MWe) 이하다.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발전의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원전과 다른 개념과 물질이 사용돼 실증이 어렵다는 것이 한계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가상원자로 기술이다. 조 단장은 “가상원자로는 수퍼컴퓨터를 활용한 고신뢰도 예측을 통해 SMR의 실증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며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실험 위주의 실증 방식을 벗어나 SMR의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수퍼컴퓨터로 가상원자로 구축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전략연구단은 다양한 형태의 SMR에 범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상원자로를 개발, 국내 SMR 개발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연구단은 지난 6월 ‘글로벌 TOP(톱) 전략연구단’으로 최종 선정됐다.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은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 간 칸막이를 허물어 국가적 임무 중심의 개방 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올해 출범했다. 전략연구단에는 총괄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출연연 3곳이 참여한다. 기업 5곳과 대학 15곳도 힘을 보탠다. 2026년까지 가상원자로 플랫폼의 초기 버전을 개발하고, 2031년엔 각 노형별 상용화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가상원자로 플랫폼은 수퍼컴퓨터를 사용해 원자로를 매우 높은 신뢰도로 해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SMR의 설계 실증 등을 진행하는 기술이다. 한국은 혁신형 SMR(i-SMR), 히트파이프 원자로(HPR), 용융염 원자로(MSR), 소듐냉각고속로(SFR), 고온가스로(HTGR) 등 다양한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MSR과 SFR 등은 실제 규모의 실증 실험을 하는 것이 어려워 가상원자로 플랫폼을 사용한 고신뢰도 해석 기반 실증이 그 대안으로 꼽힌다.

연구단은 AI를 이용해 해석 속도를 600배로 대폭 늘린 기술을 개발한다. 높은 신뢰도의 가상 플랫폼을 토대로 인간 운전원의 개입을 줄이는 ‘자율 운전’도 연구 과제다. 조 단장은 “가상원자로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SMR 실증을 어렵게 하는 기술의 병목 문제가 해소돼 설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자율 운전 모델로 운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단은 가상원자로 기술이 개발되면 추후 SMR 설계 비용을 33%, 운영 비용을 75% 줄이고 효율은 2%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세계 최고 기술 확보 목표

가상원자로 분야에서 제일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2010년대부터 국가 주도로 가상원자로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미국 에너지부는 산업계에서 사용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CASL’ 프로젝트를, 국립연구소들은 공동 연구를 위해 ‘MOOSE’ 플랫폼을 구축하는 ‘NEAM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0년부터는 두 프로젝트를 합쳐 ‘JMSP’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 평균 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역시 규모는 작지만 한 발 빠르게 가상원자로 개발에 나섰다. 조 단장은 “5년 내에 글로벌 최고 수준인 가상원자로 기술과 대등한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MOOSE를 관리하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와 국제 협력 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현국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 간 융합 연구체다. 출연연의 역량을 집중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낸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SMR 가상원자로 플랫폼 연구단을 포함해 4개 연구단이 선정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