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벌고 150억 납세… ‘면세 특권’ 가진 플랫폼
구글의 한국 법인 구글코리아가 유튜브와 검색 서비스, 광고 등 사업을 영위하며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였다고 공시한 금액은 3653억원. 법인세는 155억원이다. 하지만 4일 열린 한국재무관리학회 추계 세미나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국내 검색 광고와 유튜브 광고, 앱 장터 매출 추정치 등을 근거로 매출 12조1350억원, 법인세 5180억원으로 추산했다.
학회가 추산한 매출을 기준으로 규모가 비슷한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법인세 155억원은 터무니없이 적다. 구글처럼 검색·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는 매출 9조6700억원에 납부한 법인세는 4963억원이다.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네이버보다 약 2조5000억원 많지만, 법인세는 3% 수준에 그친다. 법인세가 매출 아닌 이익에 비례함을 감안할 때, 국내 인력·투자가 거의 없는 구글코리아가 실제 내야 할 법인세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강형구(한국재무관리학회장)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계 공룡 플랫폼 기업의 국내 수익은 천문학적이지만 조세 납부 수준은 중소기업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이런 매출·법인세 축소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국내 매출 대부분을 싱가포르 법인으로 보낸다고 본다. 법인세율이 싱가포르는 17%, 한국은 24%(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다. 일반 기업도 세금을 고려해 법인 소재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빅테크 플랫폼은 규모를 볼 때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빅테크의 ‘조세 회피’를 바로잡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빅테크 플랫폼의 조세 회피는 구글만이 아니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등 대부분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법인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작년 한국에서 매출 651억원을 공시했으나, 재무관리학회 전문가들은 최대 1조1934억원으로 추산했다. 넷플릭스코리아의 공시 매출은 8233억원인 반면, 학회의 추산 최대 매출은 2조533억원이다. 추산 매출 규모에 비해 납부한 법인세는 턱없이 적다. 페이스북코리아는 51억원, 넷플릭스코리아는 36억원을 한국에 냈다. ‘광고 매입 비용’이나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등 명목을 붙여 본사로 보낸 돈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 이익을 줄였기 때문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계 플랫폼 기업과 성실 납세 의무를 다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조세 정의와 공정 경제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 대행만” 플랫폼의 조세 회피
빅테크 플랫폼이 국내 매출과 법인세를 줄이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국내 법인은 글로벌 본사 또는 지역 본부의 업무를 단순 대행하면서 수수료를 받고, 이 수수료만 매출로 잡는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해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피한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버(데이터센터)가 싱가포르와 일본, 대만 등에 있다는 이유로 관련 매출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는다. 국내 이용자가 4600만명인 ‘유튜브’를 국내에 서비스하는 주체도 싱가포르 등 해외 법인이라는 논리다. 전문가들이 추산한 국내 유튜브 구독 멤버십 매출만 약 1조14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약 3조8400억원에 이르는 검색 광고 매출과 유튜브 광고, 구글 앱 장터, 구글 클라우드 매출 등을 추산해 종합하면 총 매출이 12조원을 넘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한국 법인도 대동소이하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자기들 사업을 ‘메타 그룹(페이스북 운영사)에 판매 지원 및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매출 대부분을 해외 본사로 보낸다. 넷플릭스코리아는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항목으로 지난해 6644억원을 본사에 보냈는데, 전체 국내 매출액의 80%에 이른다.
해외 플랫폼들의 이런 조세 회피 문제는 국내 기업과 비교할 때 더 문제가 된다. 작년 연 매출 13조2768억원인 삼성SDS는 2842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구글코리아 법인세(155억원)의 18배에 이른다. 한 국세조사관 출신 변호사는 “구글코리아는 인건비나 사무실 임차료 외엔 국내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 만큼 법인세의 근간이 되는 이익은 더 막대할 것”이라며 “조세 회피로 비용을 아끼고, 막대한 자금으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세해도 불복 소송으로 버텨
플랫폼들의 이런 세금 회피 행태는 ‘매출이 발생한 곳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제 조세 정책 흐름과도 어긋난다. 국내 과세 당국도 빅테크들에서 세금을 받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기업들은 불복해 법적 다툼을 벌이며 버티고 있다.
2020년 국세청은 구글 서버가 비록 외국에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 사업은 한국에서 영위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법인세 5000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이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불복 신청을 냈다. 조세심판원은 만장일치로 이를 기각했다. 법인세 부과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구글코리아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역시 2021년 국세청에서 세금 800억원을 부과받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소장이 들어가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이런 플랫폼 기업들과 세무 분쟁을 벌여 세금을 받아낸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 세무 당국은 구글과 긴 씨름 끝에 2017년에 세금 3억600만유로(약 4500억원)를 더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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