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몰고 신선식품 쇼핑… 여기 편의점 맞나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GS25 편의점.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장보기 특화 매장으로 운영되는 이곳 매장 입구에는 과일과 채소, 두부, 계란이 진열돼있다. 이 매장은 대용량 부침용 두부, 콩나물, 10구짜리 계란이 항상 매출 상위권에 들어갈 뿐 아니라, 신선식품으로만 월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장보기 특화 편의점들은 상품 진열 방법도 기존 편의점과 확연히 다르다. 좁은 편의점 매장에선 찾기 쉽도록 품목별로 구분해 진열하지만, 마트형 특화 편의점에선 고객 동선을 고려하고 동반 구매가 일어날 수 있는 품목을 나란히 진열한다. 생삼겹살 옆에 소금과 쌈장을 같이 진열하고, 즉석밥 근처에는 반찬류를 놓는 식이다.
이처럼 편의점들이 마트처럼 변하고 있다.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국내에선 지지부진했던 기업형수퍼마켓(SSM) 모델을 편의점이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대형 마트는 이커머스가 발달하고 인구 감소로 수요까지 줄어들어 해마다 쪼그라드는데, 고객과 가장 가까운 쇼핑 채널이라는 강점으로 성장해온 편의점은 장보기 고객들까지 잡겠다는 구상을 갖고 나선 것이다. 고객들은 대형 마트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온라인으로 사자니 신선도를 걱정하는데, 편의점이 이와 같은 고객의 생각을 파고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트 대신하는 편의점
편의점 업계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장보기 특화 매장’을 운영 중이다. GS25는 조미료, 소스류, 두부, 간편식 등 장보기 관련 상품들을 강화한 신선강화매장을 전국에 490여 점 운영하고 있다. 주로 아파트, 다세대, 빌라 등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다. 2021년 3곳, 2022년 15곳, 2023년 253곳, 2024년 490여 곳으로 빠르게 수를 늘려왔다. 연말까지 1000여 점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신선식품 강화 매장인 ‘푸드드림’ 매장을 전국에 1300여 개 운영 중이다. 일반 점포 대비 규모가 큰 약 130㎡(40평) 규모의 공간에 각종 신선 식품과 와인, 시식 공간까지 갖췄다. 세븐일레븐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신선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특히 과일 및 채소 매출은 약 25% 증가했다.
CU는 2021년 전국 점포를 대상으로 ‘장보기 특화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세제와 같은 생활용품을 강화해오다 작년 9월부터 과일, 채소와 같은 식재료도 확대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50여 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고, 연내로 현재보다 2배인 100여 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마트를 운영해보지 않은 점주들을 위해 매월 현장 영업직원을 파견해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제철 과일과 같은 추천 제품을 진열하도록 하고, 마트에 맞는 상품 진열 방법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식이다.
◇”마트는 멀고, 이커머스는 못 미덥”
편의점들이 신선 식품을 강화하는 이유는 마트와 이커머스 시장 중간에 놓인 틈새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다. 고객 입장에서 편의점은 집과 가깝다는 장점은 있지만 마트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다. 마트형 편의점들은 이런 한계를 고려해 특가 세일, 상시 할인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또 매장 규모도 100평 가까이 되도록 키워 선택의 폭을 넓혔다. 보통의 마트처럼 신선 식품을 매장 입구부터 비치하고 콩나물, 채소, 두부 등을 상시 할인하면서 장보기족, 주부들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올해 상반기 유통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편의점(16%) 비율이 대형 마트(11.3%)의 비율보다 크다. 또 편의점의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지만 대형 마트는 0.7%에 그쳤다.
편의점 업계에선 신선 식품이 매출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GS25의 경우 기존 편의점을 신선 강화형 매장으로 재단장한 240곳의 매출을 봤더니, 재단장 뒤 신선 식품 매출이 9.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U에서 전체 매출 중 과일·채소 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의 경우 일반 매장은 4%이지만 신선 식품 강화 매장은 14.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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