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아버지 그리며 끝까지 대회 마친 아들
“언젠가는 다시 또 만나게 될 테니까. 그때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사격 대표팀 김정남(46·BDH파라스)이 지난 2일(현지 시각)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혼성 25m 권총 스포츠 등급 SH1 결선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파리 ‘효자 종목’인 사격에서 나온 이번 대회 다섯 번째 메달이었다. 김정남은 지난달 30일 참가한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예선 24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한 아픔을 씻어냈다. 24위는 그가 사격을 시작하고 받아든 성적 중 최악이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더 큰 아픔이 있었다. 첫 종목 10m 공기권총에서 부진한 이유가 있었다. 파리 현지 적응을 한참 하던 무렵, 김정남은 한국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 부고 소식이었다. 생애 첫 패럴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던 김정남은 장남이어서 상주(喪主) 역할을 했어야 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김정남은 “일주일 전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임종도 장례도 지키지 못했다. 파리에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그나마 동생이 있어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배동현 (패럴림픽) 선수단장님이 전남 나주까지 직원을 파견해 장례를 챙겨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의 아버지는 과거 머리를 다쳐 수술 이후 회복이 잘됐다고 한다. 상태가 좋아지며 집에서 생활했지만 치매 증상이 오기 시작했다. 김정남은 “한국에 돌아가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 검진을 받아보려 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됐다.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메달을 걸고 아버지께 인사 드리러 갈 수 있게 됐다. 정말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정남은 전문 댄서의 길을 걷기 위해 춤을 배웠고, 무술가를 꿈꾸며 극진 공수도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운전 중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이후 2013년 장애인 사격에 입문했다. 그는 2017년 태극 마크를 달았고, 7년 만에 첫 패럴림픽에 나서 시상대까지 올랐다. 김정남은 “비장애인의 삶을 살다가 장애인이 됐다. 삶이, 인생이 바뀌었다”라면서 “장애인의 삶을 행복하게 바꿔주는 것도 있다. 그게 사격”이라고 했다.
4일 사격에서 한국 첫 금메달을 따낸 조정두(37·BDH파라스)는 혼성 P4 50m 권총(스포츠 등급 SH1)에서 181점 4위로 메달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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