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잡아라… ‘K반도체 투톱’ 대만으로 달려갔다

장형태 기자 2024. 9. 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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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콘 타이완’서 구애 작전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 타이완’. 이 행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반도체 장비 관련 업체들이 모이는 자리로 국내에서도 주로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수장이 동시에 찾았다. 이들이 함께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TSMC를 앞세워 ‘AI 반도체의 섬’으로 거듭난 대만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고객 확보전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이 엔비디아(설계)와 TSMC(생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파트너와 만나, 어떤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지는 중요하다. 삼성전자 이정배 사장과 SK하이닉스 김주선 사장은 모두 “고객 맞춤형으로 변모할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은 우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연설하는 두 반도체 리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분야 수장들이 4일 대만 타이베이서 열린 반도체 행사 ‘세미콘 타이완’에 참석해 자사 인공지능(AI) 메모리 기술을 강조했다. 이정배(왼쪽)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은 HBM에 제조와 설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했다. 김주선(오른쪽) SK하이닉스 사장은 “TSMC와 협업해 생산할 6세대 HBM은 최고의 성능을 낼 것”이라고 했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하이닉스 나란히 대만행

이날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 이정배 사장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부 가능한 종합 반도체 기업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 사장은 “기존 메모리 공정만으로는 HBM의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직(연산) 기술이 결합돼야 하며 삼성전자는 제조와 설계 역량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5세대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후년 본격 열릴 6세대 HBM(HBM4) 시장에서 반격을 위해 ‘턴키 전략’을 앞세운 것이다. HBM4부터는 단순히 D램을 쌓는 것이 아니라, 연산 역할까지 맡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 단계부터 고객 맞춤형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한 몸처럼 만들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HBM4를 독자 설계·생산할 수 있는 기업임을 앞세워 시장 우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HBM을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AI 메모리 시장 우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TSMC와 삼각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에 집중했다. HBM 분야를 총괄하는 김주선 사장은 “HBM4를 고객 요구에 맞춰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며 “(6세대인) HBM4는 TSMC와 협업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반도체 위탁 생산은 TSMC가 맡고 있다. 세계 최고의 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갖춘 TSMC가 HBM 설계 단계부터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최고의 엔비디아 맞춤형 AI 칩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전날 첨단 패키징을 주제로 연설한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도 “(차차세대인) 7세대 HBM도 고객 맞춤형으로 준비해 AI 메모리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며 “용량,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삼성과 하이닉스 수장들은 발표 이후 구글·TSMC 등 빅테크 경영진과 좌담회, 미팅을 이어가며 AI 반도체 협력을 모색했다. 이들은 바로 귀국하지 않고 행사 기간 동안 전시회를 찾은 반도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AI 반도체 시장 공략 위한 합종연횡

이번 세미콘 타이완은 AI 반도체 중심 제조국으로 부상한 대만의 위상을 과시하는 전시회로 변모했다. 지난 6월 대만 IT 박람회 컴퓨텍스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이 줄줄이 찾는 행사가 된 것이다. 올해 세미콘 타이완에는 TSMC·미디어텍 등 대만 대표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등 총 1100곳이 참가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을 논의하기 위해 꼭 찾아야 할 자리로 보고 있다. 공정별 구분이 명확했던 이전과 달리 AI 반도체는 전공정, 후공정을 가리지 않고 각 분야 간 융합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이정배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AI의 퀀텀 점프를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라며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강조했다. 대만도 한국 메모리 협력이 필요하다. 패키징 세계 1위인 대만 ASE의 우톈위 최고경영자는 3일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AI의 첨단 제조 분야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메모리는 전혀 이점이 없다”며 “우리는 한국 메모리의 도움이 필요하며, 동맹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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