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딸이잖아"...성폭력으로 죽음 내몬 父의 기막힌 항변 [그해 오늘]

박지혜 2024. 9.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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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친아버지 '박ㅇㅇ'의 이름을 적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모(21)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23년 9월 5일, 친딸 최 씨를 강제로 추행해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 박모(58) 씨가 재판에서 한 말은 "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통화가 연결됐던 언니의 전화기에 최 씨가 박 씨에게 "그래도 아빠 친딸이잖아, 내가. 아빠가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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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엄마, 끝까지 싸워줘”

유서에 친아버지 ‘박ㅇㅇ’의 이름을 적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모(21)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딸의 수목장을 찾은 어머니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23년 9월 5일, 친딸 최 씨를 강제로 추행해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 박모(58) 씨가 재판에서 한 말은 “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방청석에선 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야유가 흘러나왔다.

최 씨는 2022년 1월 박 씨로부터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 박 씨는 20년 전 가정폭력 문제로 어머니와 이혼한 뒤 사실상 연락이 끊겼던 친부였다.

이날 박 씨는 최 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갔고 갑자기 신체적인 접촉을 시작했다. 속옷까지 벗은 박 씨를 보고 겁이 난 최 씨는 화장실로 피해 문을 잠그고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박 씨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와 최 씨를 폭행했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화가 연결됐던 언니의 전화기에 최 씨가 박 씨에게 “그래도 아빠 친딸이잖아, 내가. 아빠가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박 씨가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해 2022년 7월 재판에 넘겼다.

불구속 상태로 지내던 박 씨는 변호사를 통해 최 씨에게 “1000만 원에 합의하자”는 의사까지 전했고, 갈수록 고통이 커졌던 최 씨는 결국 같은 해 11월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 씨의 유서에는 “언론에 뜨지 않는 사건이라고 사법부는 눈길조차도 안 주는 걸까, 얼마나 피해자들이 더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할까”라고도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1년 가까이 고통받던 최 씨가 숨진 뒤에야 박 씨는 판사 직권으로 구속됐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박 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범행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피해자인 딸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클 뿐 아니라 용서받지 못했다”라면서도 “다른 성범죄 전력이 없고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징역 10년을 구형한 검찰과 박 씨 모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첫 재판에서 박 씨 측은 최 씨의 정신 병력을 언급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 참석한 최 씨의 어머니이자 박 씨의 전 부인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최 씨 모친은 “딸이 아무리 죽었어도 그렇지, 정신병자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게 사람이냐”라며 “(친족 성폭력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형량이 더 높아야 될 것 같다. 수목장에 가서 애한테 ‘대신 내가 사과받아왔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심도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과 함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최 씨의 진술 등을 살펴보면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1심 선고에 “내가 왜 유죄냐?”고 소리치며 소란을 피웠던 박 씨는 항고심 선고 직후에도 “나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 이건 재판이 아니라 마녀사냥”이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박 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대법원은 상고 내용에 항소심을 뒤집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보고 변론 없이 2024년 2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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