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나홀로 부진'…이병만·병주 승계구도 영향 미칠까

문은혜 2024. 9.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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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회장 차남 이병주 대표 이끄는 핵심회사
경쟁사 추격 거센 가운데 영업익 부진…이병주 대표 부담도 커져

코스맥스그룹 창업주인 이경수 회장의 차남 이병주 대표가 이끌고 있는 글로벌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 판교 건물 전경. 왼쪽 위는 이병만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이사, 오른쪽 위는 이병주 코스맥스 대표이사. /문은혜 기자·코스맥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K뷰티 호황 속에서도 글로벌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창업주인 이경수 회장의 차남 이병주 대표가 이끄는 핵심 사업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20% 넘게 떨어졌다. 그룹 장남인 이병만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와 사업 성과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병주 대표 입장에서 이같은 부진이 뼈아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전일 기준 12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코스맥스 주가는 한때 20만원 근처까지 갔으나 이후 하락세를 그리면서 3개월 동안 20% 넘게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코스맥스의 영업이익을 꼽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 차지해 중요한 국내 시장에서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로 계산하면 9.9%로 1%p 하락했다. 증권가는 이를 '어닝쇼크'라고 평가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18%나 밑돌았기 때문이다.

실적 실망감에 증권사들은 코스맥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20~30%가량 줄줄이 내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코스맥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1779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는 한 달 전 전망보다 약 10% 내려간 수치다.

◆ "덩치는 커졌는데 이익은 글쎄"…후발주자까지 위협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돼 코스맥스를 이끈 지 올해 2년 차가 된 이병주 대표 입장에서는 이같은 부진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 불고 있는 K뷰티 인기로 화장품 관련 사업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 반해 코스맥스의 영업이익만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맥스와 같은 ODM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쟁사들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까지 급증했다. 한국콜마의 경우 영업이익이 28% 증가했고 코스메카코리아는 62%, 씨앤씨인터내서날은 14% 늘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발간한 화장품 ODM 기업 관련 리포트에서 "국내 화장품 ODM 산업이 수출 호조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며 "수출 성장 모멘텀이 좋은 국내 브랜드사들의 발주가 크게 늘면서 해당 고객사들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법인들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코스맥스는 전체 매출의 약 5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거의 늘어나지 못했다. 2분기 국내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9.9%로 1%p 오히려 하락했다. 국내와 미국에서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97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고객사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비용으로 처리됐다는 의미다.

코스맥스가 이같은 대손비용으로 영업이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은 이어지고 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3일 발간한 코스맥스 실적 리포트에서 "코스맥스는 1위 사업자라는 경쟁력으로 실적 노이즈를 방어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업황 강세가 이어지면서 경쟁사들의 추격이 무서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맥스의 최대 경쟁사인 한국콜마는 올해 2분기 국내 영업이익에서 코스맥스를 추월했다. 코스맥스는 345억원을 기록한 반면 한국콜마는 4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들어 그룹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에 대한 장남과 차남의 지분율이 동등해졌다. 사진은 판교에 위치한 코스맥스 건물 내부 전경. /문은혜 기자

◆ 코스맥스 후계 구도 '엎치락뒤치락'…경영능력 증명이 관건

형인 이병만 대표와 승계 시험대에 오른 이병주 대표 발등에는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룹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에 대한 이병만 대표와 이병주 코스맥스 대표의 지분율이 올해 들어 동등해지면서 대외적으로 경영 성과를 증명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병주 대표는 지난해 말 이경수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던 개인회사 '코스엠앤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코스엠앤엠은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9.43%를 갖고 있는 4대 주주다. 현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이병만 대표가 19.95%, 이병주 대표가 10.52%를 갖고 있지만 이병주 대표가 코스엠앤엠 지분 100%를 갖게 되면서 총지분율은 두 형제가 동등해졌다.

이경수 회장이 코스엠앤엠 지분을 차남에게 넘겨 승계 구도를 원점으로 만들자 업계에서도 코스맥스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지분 경쟁 속에서 결국 눈에 띄는 사업 성과를 내야만 승계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코스맥스의 영업이익 부진은 이병주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전까지 이병주 대표가 총괄해온 코스맥스 미국법인도 지난 2013년 설립 이래 매년 손실이 이어지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새로 맡게 된 코스맥스 국내 법인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국내법인의 경우 대손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을 통한 실적은 문제가 없다"며 "오너일가의 지분 또한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 승계와 관련된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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