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30] 가을 초입에 듣는 9월의 노래
계절의 오고 가는 건 신기함을 넘어 때로 기적 같다. 아직 여름의 뜨거움이 남아 있지만, 처서가 지나고 가을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더니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절대로 가지 않을 듯한 여름도 9월에 접어드니 기세가 꺾였다. 높아진 하늘에서 청명한 기운을 느끼고 서늘해진 공기에서 가을 냄새를 맡는다.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도 활기를 되찾는다.
더위를 날려주는 댄스음악이 울려 퍼지던 여름과 달리 가을에는 차분한 느낌의 발라드가 우리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준다. 가을의 초입인 9월을 소재로 한 윤종신의 ‘9월’, 임한별의 ‘9월 24일’, 임창정의 ‘구월’ 등이 모두 발라드다. 1960년대에도 9월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여럿 발표됐다. 현미의 ‘9월의 노래’, 유주용의 ‘9월의 애인’, 쟈니리의 ‘9월의 사랑’, 패티김의 ‘9월의 노래’ 등이 대표적이다.
현미의 ‘9월의 노래’는 맥스웰 앤더슨이 작사하고 쿠르트 바일이 작곡해 1938년에 발표한 ‘September Song’을 이봉조가 번안·편곡·연주한 곡이다. 원곡은 뮤지컬 ‘니커보커 홀리데이’에 삽입된 이래로 프랭크 시나트라와 엘라 피츠제럴드 등 많은 가수가 다시 부를 정도로 유명하다.
유주용의 ‘9월의 애인’은 ‘Come September’라는 영어 제목과 “랄랄랄 로마 로마의 9월이 되면 찾아오는 사람”과 같은 노랫말 구절로 볼 때, 1961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Come September’의 주제가에 한국어 노랫말을 붙인 곡이 아닐까 한다. 아름다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록 허드슨과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도 9월이면 절로 떠오르곤 한다.
이희우가 작사하고 길옥윤이 작곡해 패티김이 노래한 ‘9월의 노래’는 지금도 찾아서 들을 정도로 특히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노래다. 1967년 신세기 레코드에서 발매한 편집 음반에 처음 실린 이래로 패티김의 독집 음반에 여러 차례 수록됐다. 2021년 은퇴 기념 회견에서 패티김은 ‘9월의 노래’를 가수 생활 50년 동안 가장 애착을 지닌 노래라고 밝힌 바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사랑을 애절하게 읊은 이 노래의 압권은 2절 처음에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사랑이 오는 소리”라며 낭독하는 부분이다. 버전에 따라 노랫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느 경우든 낭독이 시작되면 숨죽인 채 귀 기울이게 된다. 자칫 밋밋해질 뻔한 노래를 특별한 울림으로 이끌어준 셈이다.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뿐”인 9월이다. 가을은 만남보다 이별이 어울리는 계절이라지만 가을의 노래를 들으며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 어디선가 그대가 내 앞에 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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