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핵전쟁 막는 ‘미래형 지하도시’ 서울에 만들자

주명건 세종대학교 명예이사장 2024. 9. 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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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건 세종대학교 명예이사장

우리는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 세력과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대륙 세력이 충돌하는 접점에 있다. 우리가 이런 지정학적 악조건을 극복해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지 못하면 중국에 예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 70여 년간 몸부림친 결과, 재래식 군사력은 확고한 우위를 점했지만, 문제는 핵무기 개발을 미국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 국익이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핵전쟁하에 진정한 억지력은 핵 보유국들끼리 전쟁을 자제하는 ‘상호확증파괴(MAD)’밖에 없다. 그런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동맹에 의존해 힘의 균형을 지킨다는 건 심각한 맹점이 있다. 드골이 케네디에게 반문했듯 소련이 파리를 공격할 때 뉴욕이 핵 공격을 받으면서까지 지켜주겠냐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워 피차 상대방의 명운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만일 한국이 자주국방을 못 하면 중국에 예속되거나 불바다가 될 수 있다.

핵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들은 항상 핵 공격의 공포 속에서 시달리고 있어, 일부 세력들이 위장된 평화 공세로 국론을 분열시키기 쉽다. 그러나 핵을 보유하지 못하더라도 확실하게 핵 공격의 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다면 오히려 ‘상호확증파괴’에 기반을 둔 평화보다 더 굳건해질 수 있다.

서울 시민은 적의 가장 중요한 표적이자 인질이다. 전의를 상실하게 하기 위해 국민을 몰살시킨다고 협박하면 누구도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어 이를 악용해서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확장해야 할 강변도로를 지하화해서 다목적 방공호로 만드는 미래형 지하도시(UCOT·Underground City of Tomorrow)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실질적인 인구가 2500여만 명이다. 교통 체증 비용이 연간 13조원에 달한다. 폭증하는 동쪽과 서쪽의 인구를 원활하게 소통시키기 위해 추가 확장할 강변도로를 지하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도로를 사용하면서 지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튜브형 강변도로를 둔치에 건설해 다층화하면 지하 2층은 4차선 도로와 주차장으로, 지하 1층은 평상시에 상업용 쇼핑몰로 쓰다가 유사시에는 230만명을 수용하는 방공호로 쓸 수 있다. 공사비는 쇼핑몰의 상가를 분양해 조달할 수 있다.

지하 광장과 도로를 기존 강변도로와 같은 높이로 건설해 조망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둔치를 원상복구하면 지금보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양대교부터 광진교까지 27km를 연결하고, 지하공간에 다양한 위락시설을 설치하면 시민을 핵 공갈과 교통 체증에서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강변북로의 UCOT 건설은 상당한 공사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상가 분양 수입과 준설토 매각 수입을 합치면 공사비보다 많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보, 교통, 관광 부문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막대한 편익을 가져올 것이다. 이를 성공하게 한 뒤에는 같은 방법으로 올림픽대로 쪽도 UCOT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UCOT를 남한강변을 따라 연장하면 제3의 경부고속도로가, 북한강변을 따라 연장하면 제2경춘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지하 강변도로의 남북을 연결하면 제2 순환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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