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갇힌 여자[이은화의 미술시간]〈335〉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크고 파란 눈, 오뚝한 코, 붉은 입술, 맑고 흰 피부.
여자가 쓴 머리 장식은 15세기에 유행하던 '헤닌'이란 모자다.
화가는 가로세로 선의 조화를 통해 이상적이고 정숙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그 선들로 인해 여자는 틀 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비록 입술을 꼭 다물었지만, 입 가리개를 내린 여자는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크고 파란 눈, 오뚝한 코, 붉은 입술, 맑고 흰 피부. 한눈에 봐도 이목구비가 선명한 미인이다. 짙은 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핀으로 고정한 희고 커다란 두건을 쓰고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녀는 대체 누구이고 왜 저리 큰 머리 장식을 했을까?
그림의 모델은 화가의 아내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여자가 쓴 머리 장식은 15세기에 유행하던 ‘헤닌’이란 모자다. 당시 궁중 여인들이 선호하던 모자로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정숙함을 상징했다. 여자는 깍지 낀 두 손에 반지를 여러 개 꼈다. 날개형 헤닌, 손에 낀 반지, 양모 드레스 등으로 볼 때 모델은 베이던의 아내처럼 브뤼셀에 살았던 중산층 기혼 여성임을 알 수 있다.
화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의외로 가로세로 선이다. 헤닌의 가로 주름은 여성의 입술 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세로선은 어깨 및 가슴 선과 일치한다. 그가 모델에게 과하게 크고 높은 헤닌을 쓰게 한 이유일 테다.
화가는 가로세로 선의 조화를 통해 이상적이고 정숙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그 선들로 인해 여자는 틀 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비록 입술을 꼭 다물었지만, 입 가리개를 내린 여자는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틀을 벗어나고 싶다고.
이은화 미술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금 내는 돈 ‘50대 4년간 빠르게, 20대는 16년간 천천히’ 올린다
- 北, 25일만에 또 오물 풍선 살포… 올해 들어 12번째
- 의료공백 장기화에…尹대통령, 경기 응급실 찾아 현장 점검
- 의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윤-한 갈등’에 떠오른 영화 〈달콤한 인생〉[황형준의 법정모독
- 전통주·K-뷰티 세트 담긴 尹 추석 선물…野 의원들 “반송한다” 거부 인증
- [단독]공공기관 임금체불 5년간 165억 원…7000명 임금 제때 못 받았다
- 삼각별이 뭐길래… 벤츠, 주차장 화재 논란에도 수입차판매 2위
- 10월 시범 운행 앞둔 전기차 배터리 사전 인증제…현대차그룹 참여
- 손흥민 “잡음 있었지만 선수들 잘 버텼다…팀 분위기 좋아”
- 깊은 상처 안고 돌아온 고국, 따뜻한 희망의 한끼[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