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고향기부금 ‘은행에서 쿨쿨’…지정 기부 활성화 시급
[KBS 춘천] [앵커]
'고향사랑기부금', 벌써 시행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런데 강원도와 도내 상당수 시군은 지난해 받은 기부금을 은행에 모셔놓고만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전라남도 등 다른 지역에선 고향을 위한 작은 정성들이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엄기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충청남도 청양의 작은 시골학교 탁구부.
전국에서 탁구 꿈나무가 전학오는, 지역의 효자팀이지만, 훈련비나 대회비용은 늘 걱정이었습니다.
이들의 손을 잡아 준 건 고향사랑기부금.
사업을 콕 집어 기부하는 '지정 기부'에 탁구부 사연을 담자, 전국에서 5,300만 원이 모였습니다.
목표액을 웃돕니다.
[한재선/충청남도 청양군 고향사랑팀장 : "(작년에) 16명이 전학을 왔습니다. 훈련비나 이런 게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급증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지역에 소아과를 선물해 달라고 호소한 전라남도 곡성에는 모금 7달 만에 소아청소년과가 생겼습니다.
화재로 불타버린 전통 시장 재건축에 정성을 모아달라는 충남 서천.
야생벌을 살리는데 기부해 달라는 전북 부안.
'지정 기부' 사업이 줄을 잇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에는 이런 사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반 기금 사업 구상도 찾기 힘듭니다.
지난해 강원도와 시군에 모인 기부금은 53억 원.
올해 이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은 강릉과 횡성 등 5개 시군 뿐입니다.
강원도 역시 지난해 3억 3,000만 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았지만, 이 돈을 모두 기금으로 쌓아두고만 있는 상태입니다.
사업 하기엔 기부금이 너무 적고, 중복되지 않는 사업 찾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홍승표/춘천시 기획예산과장 : "홍보비라든가 답례품비 지원 등으로 해서 좀 더 금액을 적립한 후에 연말에 신규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하지만, 자발적 기부가 지속되려면 사업의 효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임미선/강원도의원 : "적은 규모의 사업비이긴 하지만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이 진행된다고 한다면,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취지나 목적에 사실은 더 적합한 부분이 아닌가."]
실제로, 올해 5월까지 강원도와 시군이 받은 기부금은 11억 9,000만 원으로 한 해 전보다 25% 줄었습니다.
전국에서 감소폭이 두 번째로 컸습니다.
KBS 뉴스 엄기숙입니다.
촬영기자:고명기·이동훈
엄기숙 기자 (hotpenci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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