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내는 돈 ‘50대 4년간 빠르게, 20대는 16년간 천천히’ 올린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지금 올리는 이유가 뭔가?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금기금은 2056년 고갈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개혁했지만 당시에는 받는 돈(소득대체율)만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미뤘을 뿐 내는 돈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심화되면서 더 이상 내는 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7년 만이 된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던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다. 이후 보험료율이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률을 똑같이 할 경우 세대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59세 가입자에겐 평균 보험료율 7.8%, 소득대체율 56.5%가 적용되지만 18세 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율 12.8%, 소득대체율 42%%가 적용된다’고 했다.”
―연령대별 인상률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
“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세~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오르게 된다. 50대의 인상 속도가 20대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준이기 때문에 20대가 30대가 된다고 인상률이 0.25%포인트에서 0.33%포인트로 높아지진 않는다.”
―예비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해당 연령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3세가 되는 2033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이때 20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 11.25%를 적용받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2040년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가 된다.”
―소득대체율은 왜 42%로 정했나
“현재 42%인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기금 고갈을 가능한 늦추려면 소득대체율 역시 낮춰야 하지만 정부는 ‘노후 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5% 사이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급 도입 후 소득대체율이 반등하는 첫 사례가 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급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기금고갈 시기가 현행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
“현재는 수급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정부의 계획은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율과 기대여명 증감율을 반영해 인상폭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는 수급자가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면 103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3년 평균 가입자 수가 1% 감소하고,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1% 증가했다면 3%에서 2%를 차감해 월 101만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평생 받는 연금액이 16.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이유가 뭔가.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명시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선 ‘기금이 고갈되면 돈만 내고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연금 고갈시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청년층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 의무가입 연령도 늦춘다고 했는데.
“개혁안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당초 60세였지만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 가입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의 80.4%가 이에 찬성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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