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소진 시점 늦추는 데 ‘방점’…“미래세대 연금 깎일 수도”
노후소득보장보다 재정안정 초점…세대 간 갈등 ‘뇌관’
정부 “물가 상승분보다 적더라도 본인 낸 만큼은 받아”
4일 공개된 윤석열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재정안정’이다. 보험료율을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인상되도록 해 현행 9%에서 13%까지 올린다. 연금 수급액에 대해 자동조정장치(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해 기금 소진 시점도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국회를 통해 개혁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노후소득 보장보다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부안이 타당한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이후 두 차례 인상돼 1998년 9%가 된 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부터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된다. 2023년 기준으로 기준소득월액의 평균이 286만원인데, 이 경우 9%인 25만7400원을 내던 월 보험료는 13%까지 인상되면 37만1800원으로 11만4400원이 늘어난다.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각각 6만7200원의 인상분을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방식을 제시했다.
20~50대에서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다르게 적용된다. 정부 계획대로 2025년부터 보험료율 인상이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이 시점을 기준으로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보험료율이 오른다.
예를 들면 50대(1966~1975년생) A씨의 보험료율은 2025년에 1%포인트 인상돼 10%가 된다. 40대(1976~1985년생) B씨의 보험료율은 같은 시기에 0.5%포인트만 인상돼 9.5%가 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율이 가장 빨리 오르는 50대는 2028년부터 13%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20대는 2040년이 돼서야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한다.
현재 10대라서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닌 경우는 추후 가입할 때 그 시점의 연령대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030년(21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그때 20대가 적용받는 보험료율(10.5%)을 적용받는다. 이후 보험료율은 13%가 될 때까지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앞서 대통령실 연금개혁안에서 제시됐던 자동안정화장치는 ‘자동조정장치’라는 이름으로 도입이 추진된다. 도입 시 실질급여액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 개혁안에서는 도입 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도입 예상 시점을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제시했다.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선에서는 기금 소진 시점이 2056년으로 예상된다. 만약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32년 미뤄진다. 2049년(기금 감소 시작 시점 5년 전) 도입 시에는 기금 소진 시점이 2079년으로, 2054년(기금 감소 시작 시점) 도입 시에는 기금 소진 시점이 2077년으로 각각 늦춰진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급여액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가입자 감소가 커지거나 기대여명이 증가하면 물가(상승분)보다는 조금 덜 (연금급여를) 드리겠다는 의미”라며 “그렇다 해도 본인이 낸 것만큼은 돌려드리기 때문에 전년도 받은 것보다 연금액이 더 적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과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개혁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20~30대 미래세대의 연금이 대폭 깎이게 된다”며 “세대 간 형평을 맞추는 개혁안이라면서 오히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더 지우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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