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개입 없는 ‘자동 조정장치’도 추진

정해민 기자 2024. 9.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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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9층 민원실을 찾은 시민들이 국민연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전기병 기자

정부가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동 조정 장치는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성장률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일본, 핀란드, 독일, 스웨덴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연금 제도에 자동 조정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 조정 장치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 연금 재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연금 개혁은 세대 간 갈등과 정치 상황 때문에 재정이 모자라는 데 비해 큰 폭의 개혁이 힘들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정부들에서도 다시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동 조정 장치를 두면 정치권 개입 없이 이 같은 미래의 사회적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부가 구상한 자동 조정 장치는 물가 상승률에 더해 기대 여명 또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수급액이 늘어난다. 2022년 2.5%, 2023년 5.1%, 올해 3.6%가 올랐다. 여기에 더해 기대 여명이 늘어날수록, 연금 가입자 수가 줄어들수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연금 인상분에서 일부 차감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해도 (물가 상승 반영이 있기 때문에) 기존 연금액보다 적어지지는 않는다”며 “(연금액을) 일정 수준 이상은 반드시 보장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이 제도는 당장 내년부터 영향을 미치는 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지만, 실제 발동하는 시기는 이르면 2036년, 늦으면 2054년부터가 될 예정이다. 이번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으로 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래에는 자동 안정 장치가 연금 개혁 효과를 내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자동 안정 장치 없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의 정부안대로 개혁하면 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2072년이다. 개혁을 안 할 때(2056년)에 비해 16년 연장된다. 여기에 더해 자동 조정 장치를 2036년부터 발동하기만 해도 기금 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총 32년 늘어난다. 2054년에 발동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77년으로 총 21년 연장된다.

해외 사례에서 보면 자동 안정 장치를 통한 연금액 차감 폭은 수년에 1~2%포인트 정도다.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자동 조정 장치가 노후 소득인 연금액을 지나치게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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