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늘 하는데...트럼프 국립묘지 참배 ‘정치 행위’ 논란, 왜?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9. 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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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5Q]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3주년 추모 행사에서 헌화하고 있는 모습. / AFP 연합뉴스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한국 정계에선 때마다 볼 수 있는 이 행동이 최근 미국 정가를 흔드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한 것을 두고 미 정치권이 일주일 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참배하는 모습을 촬영·공개하자 이것이 ‘국립묘지 내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민주·공화 양당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호국(護國)의 성지’가 정쟁의 핵심 소재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 사건은 왜 이렇게 큰 논란으로 번진 것일까. 5문답으로 풀어봤다.

Q1. 논란 내용이 무엇인가.

이번 논란은 트럼프가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 3주기를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희생자 묘역에 헌화하면서 불거졌다. 트럼프가 찾은 곳은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첫해인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숨졌던 미군 13명이 묻힌 ‘제60구역’이다. 이곳에서 트럼프가 헌화하는 장면을 공화당 대선 캠프 직원들이 사진 찍으려고 하자 묘지 직원들이 이를 제지했다. 헌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연방법과 미 육군 규정 등에 명시된 ‘국립묘지 내 정치 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라고 국립묘지 관리 측에선 판단한 것이다.

국립묘지 측에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촬영을 제지하는 묘지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그들을 밀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측에선 “충돌 자체가 없었다. 허위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급기야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가 정치적 쇼를 위해 신성한 장소를 모독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후보 간 주요 공방 소재로 확대됐다.

Q2. 해당 사건과 관련한 연방법과 육군·국방부 규정은 어떠한가.

미 연방규정집 제36장은 국립묘지의 존엄성과 엄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묘지 부지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활동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링턴 묘지를 관할하는 미 육군 및 국방부 규정에 따르면 특정 선거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물건의 반입은 금지된다. ‘제복을 입은 현역 군인은 묘지 내에서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Q3. 국립묘지 측은 왜 유독 트럼프의 참배를 문제 삼았나.

트럼프는 그간 미군이 쫓기듯 아프간에서 물러난 직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재입성한 것을 두고 정치 유세나 토론 등을 통해 ‘미국의 수치’ ‘부끄러운 순간’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묘지 측은 철군 3주기 당일에 이뤄진 트럼프의 참배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대선 캠페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묘지 측은 성명을 내고 “사진사, 콘텐츠 제작자 등이 의식(참배)에 참석하거나 특정 정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직접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은 “과거에도 참배 장면을 공개한 정치인들이 한두명이 아닌데 묘지 측이 자의적으로 정치 행위를 구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는 묵인하면서 트럼프의 참배는 막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Q4. 트럼프 측 반응은 어떤가.

트럼프 캠프는 “국립묘지 측에 촬영을 미리 허가받았고 엄숙하게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국립묘지 관계자가 우리를 막아선 것”이라며 “물리력 행사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국립묘지 참배와 사진 촬영 자체가 카불 테러 희생자 가족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며 “여러분이 내게 국립묘지에서 함께하고 싶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해 감사하다”고 했다. 실제 그는 묘지 방문 당일에 희생자들의 일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헌화와 참배를 했고, 이 가족들도 성명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리스 측이 이번 사안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가족들이 희생자 가족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Q5. 향후 전망은?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논란으로 과거 군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가 또다시 군심(軍心)을 건드리게 됐다고 본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2020년 9월 트럼프가 20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 ‘호구’라고 불렀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은 군인 가족이나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층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막내아들이자 현역 군 장교인 지미 매케인이 3일 “트럼프 측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트럼프를 정면 비판한 것이 중도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이 논란을 서둘러 차단하고 바이든 정부의 아프간 철군 난맥상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이날 “모든 논란은 바이든의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문에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힌 것을 가리기 위해 해리스가 지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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