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일중남

기자 2024. 9. 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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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중년남, 다가구 남성을 가리켜 첫머리를 따서 ‘일중남’이라고 한대. 가여운 고독사의 주인공들 말이야. 다가구주택에 선선한 갈바람도 드나들기를 빈다. 끝내 견디고 이겨내 형편이 좀 피는 살맛 나는 세상 만나기를.

언젠가 쿠팡 물류센터의 배달 노동자들이 에어컨을 설치하려고 돈을 모은단 소식을 접했다. 사측에서 안 해주니 본인들이 해결할 모양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39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고온과 저온에 노출된 건강 장해 요인을 해결해줘야 마땅하다는 것. 스페이스 엑스 로켓을 발사하는 일론 머스크는 알랑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엔 이미 엄청난 로켓 발사대가 있고, 로켓은 매일 어디론가 날아다니다가 물류센터로 돌아온다. 이른바 로켓 배송.

요새 일로 연락을 나누고 있는 젊은이 중에 서양화가 윤소연 작가라고 있다. 지난 역병 시절 집에서 택배를 받고 그랬는데, 배달 온 상자를 보고 착안한 재미난 그림을 많이 그렸다. 택배 종이상자에 담긴 강물과 하늘 풍경이 그것. 얼굴을 모르지만 고마운 택배 노동자들. 그 수고까지를 생각하고 작품을 감상하길 화가는 바라더군.

거대한 땅덩어리 러시아에서 있었던,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 일중남 노동자가 인생이 하도 답답해 죽으려고 신작로에 누웠는데, 차가 한 대도 오지를 않아. 내친김에 이젠 기차역 철로에 드러누웠는데, 당최 기차가 반나절이 지나도 오질 않아. 역장에게 물어보니 한 시간 뒤엔 꼭 온대서 그늘에 쉬었다가 다시 누웠는데 연착, 감감무소식. 오늘 중에 죽을 수 있을까 몰라, 고민하다 에라 다시 살기로 하고 일어났단다. ‘웃으면 복이 와요’가 아니라 ‘참으면 복이 와요’. 한 번만 꾹 눌러 참고 삭이면, 이 또한 지나가리.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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